[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안희정 충남지사 "충남을 中수출 전진기지로…서해안 개발 주력"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임기 때부터 ‘충청남도’라는 말 대신 ‘지방정부’라는 말을 써왔다. 차기 대선을 겨냥해 지방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지방이 국가의 주된 구성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 7일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안 지사는 재선 성공에 대해 “낡은 정치, 지역정치, 동서냉전의 이념정치 등을 극복하자는 저의 간절한 주장에 도민들이 공감한 것”이라며 “민선 5기를 성실히 수행한 젊은 지사의 정치적 성장을 원하는 유권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하면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는 것 아니냐”며 대권 도전을 강력히 시사했다.

▷대권주자로 거론된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선거 기간에도 많은 분이 궁금해 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지방정부에서 경험을 쌓아 ‘확고한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이 말에는 확고한 대안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우선 도정에 집중해 충남지사로 일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서해안 비전을 강조했다.

“민선 5기부터 준비한 서해안 비전에는 물류기반 확충 등 3대 목표와 6대 추진전략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4월 내포에서 열린 도청 개청식에 참석해 ‘충남을 대중국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중앙정부가 실행 계획을 짜 서해안 비전을 국가 중장기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내포신도시 개발 구상은.

“나무 하나 심고 뿌리내리는 데 족히 10년은 걸린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내포신도시는 주변의 천안·아산 등 개발도시와 홍성·예산 등 농촌도시 사이에 있어 내포신도시만의 특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내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올해 안에 발전 전략을 마련하겠다.”

▷올 연말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데 농가지원대책은.

“이 문제는 국내 쌀 산업을 어떻게 안정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런 측면에서 논농사와 벼농사에 대한 각종 직불금 제도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도는 농업직불금의 다양화를 통해 농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만들려고 한다. 우선 정부가 쌀 개방과 관련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농민단체와 협상해야 한다. 찬반만 가지고 무한싸움을 하다보면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개방하면 큰 문제다.”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농혁신 방안을 제시했는데.

“농협과 함께 광역브랜드 7개를 만들어 전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또 지역별 소비자조합을 만들어 주민자치회와 연계한 직거래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수축산물이 지역 내에서 거래되는 지역순환 체계도 필요하다. 새마을운동 이후 단절된 농촌취락 개선사업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정책 제안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지방정부도 국정 협력자다. 지방행정의 80%가 국가사무일 정도로 지방정부는 사실상 중앙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하고 있다. 따라서 갈등관계가 아닌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서해안 비전 제안도 국가 비전을 위해 제안한 것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송악·인주)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사업이 워낙 크고 경기불황이 깊어 결실을 맺지 못해 안타깝다. 그동안 사업 제안자에게 사업자 지위승계를 위해 필요한 이행 기간을 연장해줬지만 매듭 짓지 못하고 있다. 내달 4일까지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허용하는 시한이다. 사업 시행자를 선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안희정 충남지사(50)는 고려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으며 1989년 김덕룡 통일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캠프 사무국장과 비서실 정무팀장을 지냈다. 2003년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노무현 정부 내내 공직은 물론 18대 총선 공천에서도 배제됐다. 이후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민선 5·6기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약력 △충남 논산△남대전고 중퇴(2003년 명예졸업)·서울 성남고 자퇴(검정고시 합격) △고려대 철학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원 △민선 5·6기 충남지사

홍성=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