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업계 최고 PER 넘어가면 '거품'…장·단기 투자기간 설정하는 게 중요
지난해 기업공개(IPO) 최대어 현대로템의 시초가(3만3700원)는 공모가 2만3000원보다 46% 높았다. 상장 당일인 10월30일 3만8750원에 마감한 주가는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 4일엔 2만6400원까지 떨어졌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선 ‘상장 당일 오후’가 최적의 매도 타이밍이었다.

올 상반기 가장 주목받았던 BGF리테일은 상황이 좀 달랐다. 5월19일 시초가는 5만7000원으로 공모가(4만1000원)보다 39% 높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지난 4일 종가는 6만4800원으로 공모가 대비 58% 높다. 한 달반가량 주가를 지켜봤다면 2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최근 상장 기업들의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투자자 피해 우려가 나오면서 공모가를 정할 때 동종업계 상장기업과 비교해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투자 트렌드를 무작정 좇기보단 개별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징, 동종업계(피어그룹)의 주가수익비율(PER)과 비교한 적정주가, 기관투자가의 차익실현 규모 등을 고려해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잡기를 추천한다.
동종업계 최고 PER 넘어가면 '거품'…장·단기 투자기간 설정하는 게 중요
동종업계 PER 기준 중요

지난 2월 상장한 인터파크INT는 상장일 시초가 1만5400원으로 공모가(7700원)를 두 배 웃돌았다. 높은 시초가는 시작에 불과했다. 3월12일 2만8200원까지만 치솟았던 주가는 4일 2만23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한번도 시초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온라인투어, 엔터테인먼트 등 사업에 대한 성장성과 물량 부담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인터파크INT의 주가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공모 후 유통가능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24% 수준이었다. 이처럼 주식 수급 상황이 좋았고 올해 첫 중대형 공모주란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주식의 매도 시점은 피어그룹의 예상 PER을 고려해 판단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온라인투어 업체를 피어그룹으로 봤을 때 인터파크INT는 1만5000원(2014년 기준 PER 25배) 이하에서는 매수, 2만4000원(PER 35배) 이상부터는 매도를 고려해야 했다고 판단된다.

온라인투어 사업을 하는 익스피디아와 프라이스라인 등의 PER은 20배 이하다. 성장성이 큰 중국 온라인 투어회사는 최대 PER 35배의 평가를 받는 점을 참고했다. 국내 온라인투어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크다고 해도 PER 35배 이상에서는 단기적으로 고평가 구간일 수 있다.

현대로템은 철도사업부의 수출 전망, 중기 사업부의 꾸준한 성장, 계열사(현대기아차, 현대제철 등)를 통한 플랜트 사업부의 안정성 기대 등으로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다. 양호한 펀더멘털, 지난해 유일한 중대형 공모주, 우호적인 수급으로 ‘오버슈팅(일시적 가격 폭등)’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글로벌 철도 차량 제조업체가 보통 PER 15배 이하의 밸류에이션을, 성장성이 큰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의 상위 철도차량 제조업체 또한 PER 20배 이하의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던 점을 고려해 적정주가를 예상해볼 수 있다. 상장 첫날이라고 해도 3만5000원(2014년 기준 PER 23배) 이상은 오버슈팅 구간으로 보고 3만원(PER 20배) 이상부터는 매도하는 게 옳았다는 판단이다.

장단기 투자기간도 고려해야

공모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투자기간의 설정’이다. 단기차익을 목표로 하는지, 중장기 투자가 목표인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기차익을 목표로 한다면 주가가 오버슈팅이라고 판단됐을 때 과감하게 매도하는 게 옳다. 이때 의무확약기간 설정(15일, 30일, 90일 등)을 통해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이 있으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있으니 단기 매매에 참고할 수 있다. 펀더멘털이 양호한 중대형주라고 해도 상장 초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기업도 미래 성장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를 고려한다면 청약을 통해 배정받은 공모주는 주가 고평가시 과감한 매도로 수익을 일단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성장성도 좋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장기 투자를 추천한다. 보유 기업이 밸류에이션 고평가를 받고 있고 성장 속도가 둔화된다고 판단되면 일부 보유분이라도 매도해 수익을 챙길 것을 권한다. 공모주 투자도 일반 주식투자 방법과 비슷하다. 결국 주가는 회사의 본질 가치(적정 밸류에이션)에 수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장 후 1~2주 뒤 매매 기회

공모주 투자 때 상장 후 첫날 매매는 지양하는 게 좋다. 관련 산업과 기업에 대한 분석이 잘돼 있더라도 시장 상황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량 물량 출회, 관심 집중 등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성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특히 비상장 때부터 낮은 단가로 투자해 차익실현 욕구가 강한 벤처투자자, 수요예측이나 개인청약을 통해 좋은 가격에 물량을 배정받은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물량이 대량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동종업계 최고 PER 넘어가면 '거품'…장·단기 투자기간 설정하는 게 중요
공모주 청약에 물량을 잡지 못하고 상장 초기 매수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기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단기 차익실현 물량이 해소되기 시작하는 1~2주일 뒤를 노려야 한다. 공모주의 경우 상장 초기에 주가가 오버슈팅한 뒤 상당 기간 보합세를 보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실적이 확인되면서 주가가 재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원하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다음 상장 종목을 기다리거나 다른 우량 종목을 찾기를 바란다.

주식시장에는 1800개가 넘는 종목이 상장돼 있고 매년 수십개 이상의 종목이 신규 상장된다. 특정 종목에 집착하기보다는 먼저 본인이 목표하는 가격(밸류에이션)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이 가격보다 싸게 매수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고성진 <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매니저 Kohsj123@hi-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