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로스쿨에 다니는 A씨는 지난달 법무부가 모집한 국제기구 인턴에 지원했다. A씨가 일하게 된 국제기구는 본부가 싱가포르에 있지만 A씨는 상근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서울의 텅 빈 사무실에서 무급으로 단순 업무만 했다.

로스쿨생의 필수 코스가 된 인턴의 상당수가 단순 업무를 하면서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스쿨생은 2~3학년 때 이런 인턴을 대부분 한 번 이상 거친다. 취업이 어려운 데다가 대부분의 학교가 인턴 경험을 졸업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교육훈련이 아닌 노무제공을 하는 인턴은 근로계약으로 간주돼 무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각에서 로스쿨생의 취업난을 이용해 공짜 노동력을 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일을 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인턴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로펌 등 민간 영역뿐만 아니라 법무부가 모집하는 국제기구 인턴도 무급이다. 법무부는 정부 국정과제 ‘로스쿨생 해외 법률분야 취업 지원’의 일환으로 매년 인턴을 모집해 국제기구에 연결해주고 있다. 로스쿨생은 이들 기구에서 대부분 업무 보조나 번역을 하지만 급여는 없다.

로스쿨생 B씨는 “로스쿨생 인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단순 업무를 한다고 보면 된다”며 “공부에 별 도움이 안돼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 출근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무급 인턴은 학생과 기관이 ‘윈윈’하는 방법이라는 반론도 있다. 로스쿨생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고 기관은 무급이 아니면 인턴을 쓸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경력을 쌓는 게 인턴 활동의 핵심”이라며 “국제기구에서 인턴 자리를 구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정선화 변호사는 “무급 인턴은 최대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추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재능기부 등 자원봉사 인턴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