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일 저녁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모처럼 공동으로 해명자료를 냈다. 한경이 2일자 1판을 통해 중국이 한국에 800억위안 규모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부여하고 전북의 새만금을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직후였다. 딱 한 문장으로 이뤄진 해명자료는 기사의 핵심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열고 공표한 10여개의 합의 문건에는 한경 보도 내용이 정확하게 들어가 있었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중국계 은행 한 곳을 청산은행으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틀 만에 진실이 뒤바뀌진 않았을 것이다. 불과 이틀 만에 드러날 사실을 왜 부인하고 나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여론의 핍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다. 있는 진실마저 거짓이라고 부인하면 이제 누가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특히 RQFII 자격 부여와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은 국내 금융시장을 크게 바꿔놓을 이슈다. 한국 기업과 금융업계 모두 제대로만 준비한다면 큰 경제적 기회를 얻을지 모른다. 이번 사안을 놓고 기자들이 발 빠른 취재에 나선 것도 그 가능성 때문이었다.

물론 양국의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중요한 자리다. 외교적 민감성도 무척 높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은과 기재부는 이번 정상회담 준비과정에 깊숙이 참여한 기관들이다.

한은은 3일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조용히 자료를 냈다.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등 이번 안건의 의미와 효과를 설명한 자료였다. 기재부 관계자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과연 “이들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해본다. 두 정상이 만나기도 전에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 김이 샐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명분도 거짓말을 덮지는 못 한다. 두 기관의 반성을 촉구한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