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들의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률도 떨어지고 있다는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내수는 어려워도 수출은 괜찮다는 세간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원화 강세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 제조업체 422개사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중앙값)이 최근 6분기 중 무려 5개 분기에서 마이너스였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분기 평균 2.7%에 그쳤다. 오히려 내수기업들이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회복되고 영업이익률(4.0%)도 더 높았다.

비교적 우량하다는 상장 수출기업들이 이 지경이면 중견·중소 수출기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원인은 무엇보다 원고·엔저(원화 강세, 엔화 약세)에 있다. 원고 여파로 올 1분기엔 매출 증가율이 수출기업은 -1.8%, 내수기업은 3.2%로 희비가 엇갈렸을 정도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아베 정권 출범(2012년 말) 이후 엔저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934개 상장 제조업체 중 수출기업들은 2012년 0.7%이던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11.8%로 뛰어, 내수기업(1.0%→5.5%)을 앞질렀다. 수출비중이 높을수록 한국 기업은 실적이 악화되고, 경쟁 상대인 일본 기업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출은 잘나간다’는 고정관념이 굳어진 것은 27개월째 경상수지 흑자행진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몇몇 글로벌 대기업에 가려 수출기업들의 경영성과가 과대포장된 것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때다. 더구나 지난 5월 경상수지가 93억달러 흑자였지만 수출이 전달보다 41억달러, 수입이 28억달러 각각 줄어든 채 이룬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봐야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원고·엔저로 인한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불황형 흑자가 환율을 더 끌어내리고, 수출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다. 과포화 상태인 내수시장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수출기업마저 무너지면 무엇으로 경제를 지탱할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