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축구와 교육
우리나라의 브라질 월드컵 16강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밤샘 응원 속에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커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팀에 대한 위로나 격려보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성토의 분위기가 거세다. 흥미로운 것은 네티즌 의견의 상당수가 매우 전문적이라는 점이다. 전술이나 팀 구성상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심지어 선수 간 관계나 사생활, 최근 몸 상태까지 소상히 분석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가 대중적인 스포츠인 데다 프리미어리그 등 선진 축구를 인터넷과 TV를 통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중도 축구 전문가가 된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대중의 전문성이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자주 활용된다는 점이다. 과정에 대한 격려보다는 결과에 대한 비난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대안 제시보다는 최선을 다한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비단 이런 일이 어디 축구뿐이랴.

교육도 축구 이상으로 ‘대중의 전문가화’가 이뤄진 분야다. ‘모든 국민이 교육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사안 하나하나에 강한 주장이 있고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정책을 하나 발표하면 시끄럽고 의견조율도 어렵다. 정책을 추진한 정부나 교육청보다는 정작 여론의 질타 대상은 교육현장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요즘처럼 정권이나 교육감에 따라 수시로 새로운 실험주의 교육정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요즘 교사들은 힘들다. 매번 정책이 바뀔 때마다 혼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잘못에 대한 책임만 돌아오기 일쑤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비판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잘한 것은 격려하고, 부족했던 이유를 살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비판에만 머문 관심과 전문성은 오히려 발전의 장애물이다. 90분 경기를 위해 감독과 선수들이 흘린 땀을 기억해야 한다. 1시간 수업을 위해 교사가 얼마나 연구했는지 살펴 이해와 성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기대한 결과는 없지만 최선을 다한 홍명보호,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교육에 임하는 무명 교사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자.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yangok@kft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