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지난 100여년간 석유로 움직였다. 그런데 1997년 도요타 프리우스 출시 이후 하이브리드카가 나왔고 최근에는 전기차가 등장했다. 곧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V)가 나온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다양해지면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수소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산소와 수소의 반응으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한다. 배기가스 대신 물을 방출하기 때문에 환경에 좋고 전기차보다 운행거리도 길다. 최대 효율이 85%로 가솔린 27%, 디젤 35%보다 높다. 충전시간도 전기차와 달리 가솔린·디젤차처럼 빠르다. 단점은 수소를 생산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고 수소를 안정적으로 투과하는 팔라듐과 백금, 세륨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원자로가 많이 필요하고 폭발 위험이 큰 것도 숙제다.

수소차 싸움은 도요타와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다. 도요타는 1992년 FCV 개발에 뛰어들어 1996년 연료전지와 수소흡착장합금 방식을 선보였고 2002년부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내놨다. 최근엔 세단형 신형차를 내년 1분기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약 700㎞, 가격은 700만엔(약 7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한 것은 현대차다. 1998년 뛰어들었지만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 참여에 이어 2012년 덴마크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000대 규모의 수소차 시범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40대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1만대 이상을 보급할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2020년 이후에 판매할 예정이다. 세단형 등 다양한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차종 다양화와 함께 가격까지 인하되면 수소차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전기차 기술 연구에서 한발 늦게 출발한 현대차가 수소차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일본 자동차 업체가 하이브리드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덕분이었다. 그런데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정체돼 있고, 이산화탄소 규제가 강화되면 우리 수소차도 북미 등에서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현재 11곳인 수소 충전소를 올해 2곳 더 늘리고, 2025년까지는 천연가스 충전소 규모와 비슷한 200곳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한·일 간의 수소차 경쟁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 장을 열지도 모르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