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아물게…평범한 아이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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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 73명 '71일 만의 등교'
'리멤버' 노란 팔찌 차고 학교로
친구엄마 보자 "미안해요" 울음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희생자 가족·학생 눈물의 호소
'리멤버' 노란 팔찌 차고 학교로
친구엄마 보자 "미안해요" 울음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희생자 가족·학생 눈물의 호소

먼저 간 친구의 엄마가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안자 한 여학생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라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희생자 어머니는 이 학생을 끌어안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멀리서 지켜보던 생존 학생의 부모들도 조용히 눈가를 훔쳤다.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원곡동 중소기업연수원에 머물며 심리치료를 받아왔다. 등교가 예정된 시간에 맞춰 희생자 가족 50~60명이 교문 앞에 마중을 나왔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내용의 노란색 플래카드를 든 희생자 가족도 있었다. 한 희생자 부모는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대견함으로 직접 플래카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전 8시30분께 학생들을 태운 3대의 버스가 교문 앞에 들어섰다. 부모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교사의 품에 안기거나 학교 이곳저곳을 쳐다보며 재잘거리는 학생도 있었다. 들뜬 기분도 잠시,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희생자 가족들을 발견하자 학생들은 현실의 무게감을 느낀 듯 숙연해졌다.
생존 학생 대표로 나선 한 남학생도 준비한 편지글을 읽었다. 이 학생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많이 지쳐 있다”며 “우리 모두는 사고 이전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며,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을 이어나가던 이 학생은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편지글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차례로 희생자 가족들 앞으로 다가갔다. 희생자 가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 굳어 있거나 눈물만 흘리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희생자 가족들은 학생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끊임없이 “괜찮다”, “울지 말라”고 달랬다. 한 희생자 어머니는 자식의 친구를 끌어안다가 통곡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간 뒤 교문 앞엔 일부 희생자 가족과 교사들이 남았다.
안산=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