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들 '순혈' 버리고 '외부수혈' 확산
창업가 집안이나 내부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던 일본 기업들이 외부 전문 경영인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주류 및 식품 대기업인 산토리홀딩스가 편의점 체인 로손의 니나미 다케시 회장을 오는 10월1일자로 신임 사장으로 영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외부 인사가 곧바로 사장에 선임되는 것은 1899년 산토리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 12년간 로손 CEO를 겸한 니나미 회장은 해외사업 확장을 추진하면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로손은 일본을 포함해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하와이) 등에 1만200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산토리홀딩스가 니나미 회장을 영입하기로 한 것은 주류 및 식품사업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산토리홀딩스는 지난달 미국 증류주회사 빔을 158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3위 증류주 업체로 부상했다.

일본 최대 교육 및 출판기업인 베네세홀딩스도 지난 21일 하라다 에이코 일본 맥도날드홀딩스 전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하라다 회장은 2004년 일본 맥도날드 사장에 취임한 지 8년 만에 회사 매출을 10배로 불리면서 ‘마술 경영인’이란 찬사를 들어왔다.

화장품업체 시세이도는 지난 4월 우오타니 마사히코 일본 코카콜라 전 회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우오타니 사장은 일본 코카콜라에서 ‘26년 만의 일본인 사장’으로 화제를 낳았던 인물이다.

전문 경영인 영입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선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기업은 기업문화 계승 등을 중시해 기업 내부 인재를 CEO로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임원을 CEO로 육성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자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