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는 자신이 사장이란 생각 갖고 일하는 자리"
“비서들한테 강연을 할 때도 항상 자신이 부장, 실장, 나아가 사장이란 생각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을 해보라고 권해요. 물론 열에 아홉은 못 받아들이는 눈치지만.”

최근 ‘국회보좌관 취업성공전략’을 펴낸 이민경 한국비서협회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여년간 국회의원 7명(이윤자 김동근 정옥순 강숙자 오양순 문희 손범규)의 비서관, 보좌관을 맡으며 민주화시대 이후 의정활동을 생생히 지켜본 ‘보좌의 달인’이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라디오 리포터 활동을 하다 알게 된 이윤자 당시 민주정의당 의원 밑에서 비서관 생활을 1988년 처음 시작했다. “현재 모습의 국정감사가 이때부터 시작됐어요. 5공 청문회 현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는데 정말 가슴이 뛸 정도로 신났어요. 아,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여기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한때 건강을 해칠 정도로 의원 보좌 활동에 전념했던 그는 본인을 ‘업무의 신’이라고 자칭하며 웃었다.

“취재, 정책분석, 행사기획, 법률분석, 예결산분석, 데이터분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능력…. 제대로 보좌관 역할을 하려면 정말 필요한 게 끝도 없어요. 대부분 들어와서 1, 2년 만에 그만둬요. 하지만 적성에만 맞는다면 국회만큼 사회 전 분야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 없습니다. 20년 넘으면 공무원 연금도 받아요.”

의원실에는 대개 9급·7급·6급비서 1명, 5급비서 2명(비서관), 4급비서 2명(보좌관)을 둔다. 신분은 별정직공무원으로 승급은 의원의 재량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주군’인 의원이 공천에서 떨어지거나 낙선하면 ‘실업자’ 신세가 된다.

그는 “국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 체제라 한 의원실 내에서도 보좌진 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의원실에 보좌관이 2명이 된 사연도 알려줬다. 중앙부처 공무원에 비해 직급의 최대 급수(4급)가 낮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3급 승급을 관철시키려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산되고, 보좌관을 1명 늘리면서 유급인턴을 보강받는 식으로 정리됐다는 것.

이 회장은 오양순 의원실에 있을 때 국내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에게도 한국 국적을 부여하도록 국적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국적법 때문에 해당 가정이 호적에 아이를 올리지 못하고 아이는 학교에 못 갔어요. 유림 등이 반대할 거라며 각계에서 걱정하길래 전국 유림 선생님들에게 다 전화해서 물어보고 설득했지요. 생각보다 유림들이 호의적이었는데 지레 겁먹었던 거예요. 결국 법무부가 법 개정을 했습니다.” 당시 이 회장과 손발을 맞췄던 법무부 검사가 현재 다동이(다문화·동포·이주민 각 앞글자)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이다. 가정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떠난 엄마가 주소이전 신고를 안 해도 아이를 전학시킬 수 있게끔 관련법 시행령 개정에도 앞장섰다.

그가 이번에 펴낸 책은 18대 손범규 의원실에 있을 때 운영했던 보좌관 양성 프로그램 실적 등을 토대로 한 것이다. “자신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대부분 본인이 잘 알 겁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한다면 못할 게 없어요. 길이 생길 거예요.”

이해성 기자 l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