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인다고 일자리 늘어나지 않아…노사합의 따라야"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주야 2교대제(10시간+10시간)를 주간 연속 2교대제(8시간+9시간)로 전환할 당시 총 근로시간이 11.5% 감소해 최소 1000명은 추가 고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한 고용창출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기설 한경좋은일터연구소장(사진)이 22일 중앙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연구:정책 방향과 운영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드러났다.

윤 소장이 직접 분석한 사례는 현대차다. 논문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2013년 3월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압박으로 46년간 이어온 근무 형태인 주야 2교대제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학계와 정부는 총 근로시간이 11.5% 줄면서 근로자들의 임금도 5.75% 줄어들고, 회사는 1758명을 신규 채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대한 고용창출 효과는 없었다. 이유는 회사가 임금을 보전해주는 대가로 노조가 노동 강도를 높여 생산성 향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현대차 사례는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종전 생산량을 유지하고 임금을 보전해줬지만 고용창출은 발생하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라며 “이는 결국 기업은 임금이 상승하면 신규 고용보다 자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경제학 이론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2011년 현재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0시간으로 10년 만에 409시간 줄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 53시간 감소했다. 이와 관련, 윤 소장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감소 속도는 OECD 회원국보다 빨라 현 시점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다만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근로시간을 줄인다면 정부 차원의 규제가 아닌 개별 기업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