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영 석유회사가 200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국제유가는 9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2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2위 석유회사인 국영 노던오일컴퍼니는 최근 하루 원유 생산량을 종전 65만배럴에서 30만배럴로 줄였다.

이는 이라크 반군세력인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의 공격으로 이라크 최대 규모의 바이지 정유공장이 폐쇄된 데 따른 것이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곳에 있는 바이지 정유공장은 이라크 정유 처리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요 시설이다.

이라크 내전의 여파로 국제유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는 전날보다 0.83달러 오른 배럴당 107.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0.28달러 올라 110.74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최근 9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반군세력의 장악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 간 국경 검문소가 있는 소도시 알카임을 비롯해 전략적 요충지 네 곳을 점령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320㎞ 떨어진 알카임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잇는 국경의 3대 거점 가운데 한 곳이다. 국경통제권을 확보한 ISIS는 시리아로부터 전쟁에 필요한 무기 등 군수물자는 물론 무장병력까지 들여올 수 있게 됐다.

반군세력은 또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있는 하디타댐 인근 마을도 점령했다. 1986년 지어진 이 댐은 1000㎿의 전력을 생산하는 수력발전소가 있으며, 파괴될 경우 이라크의 전체 전력망에 영향을 주고 홍수도 일으킬 수 있다.

내전사태가 지속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한 종파 간 통합정부 구성과 함께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현 총리에 대한 퇴진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라크 정치권에 내전을 끝내기 위해서는 조속히 새 정부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CNN과의 회견에서 “종파 간 분열을 봉합하지 않는 한 미국의 군사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라크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다. 케리 장관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를 깜짝 방문, 압둘 파타 알시시 신임 이집트 대통령과 회동했다. 케리 장관은 요르단과 벨기에, 프랑스, 이라크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