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주요기업 중 절반가량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올 하반기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00~1020원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20대 주요기업 중 절반가량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올 하반기 평균 환율을 달러당 1000~1020원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기업 수익성에 적색등이 켜진 가운데 대기업 중 절반가량은 하반기 평균 환율이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20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하반기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은 하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1000~1020원 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환율 수준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응답 CFO의 80%가량이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원화강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환율정책과 관련, “대기업 수출이 늘고 경상수지 흑자가 쌓여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강세) 수출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출액 자체가 감소하고, 또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손해를 보는 등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

○현재 환율도 기업들엔 부담

[수출전선 '환율 먹구름'] 대기업 CFO 절반 "하반기 평균환율 1000~1020원선"
하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과 관련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오를 것으로 보는 ‘1020~1040원’이라는 응답은 35%였다. ‘1040~1060원’으로 환율이 지금보다 상당 수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10%였다. 1000원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는 응답도 5%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개 기업이 올해 사업계획을 짜면서 전망한 평균 환율은 1069원이었다.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 종가가 1020원60전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50원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42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락폭이 50원가량이면 매출 감소는 2조원에 달한다. 하반기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의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까닭이다. 한 자동차 업체 CFO는 “중국 자동차의 품질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가격변수가 더 중요해졌다”며 “1050원 정도로 환율을 예상한 완성차 업체가 많아 지금의 환율은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기업 30% 이상 순익 감소

순익 감소폭을 묻는 항목엔 가장 많은 30%가 5~10%라고 답했다. 1~5%라는 응답은 20%였다. 순익 감소가 3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응답도 15%나 됐다.

순익 변화를 예상하기 힘들다는 응답은 25%나 됐다. 철강이나 유화 업종의 CFO들은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원재료 수입에서는 이익을 보기 때문에 정확한 득실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일하게 ‘오히려 순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기 리스 비용 등의 부담이 줄어들고,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 항공기 이용이 많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 하락으로 가장 큰 악영향을 받는 부문은 예상대로 84%가 수출 감소를 꼽았다. 다음이 환차손(11%)이었고 내수 감소(5%)라는 응답도 조금 있었다.

정부가 원·달러 환율에 개입해야 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는 7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은 26%, ‘미세 조정만 해주면 된다’는 응답은 53%였다. ‘그냥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은 21%였다. 설문에 응답한 한 CFO는 “최 후보자가 원화 강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환율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대책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설문에 응한 기업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S산전, 동부대우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우인터내셔널, 코오롱, 효성, 삼양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한국항공우주(20개사)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