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이윤을 많이 남겨 팔고, 고객이 한눈팔지 않고 계속 자사 제품을 사 주기를 원한다. 물건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를 원한다.

정보통신 분야는 고도의 기술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의 헤게모니를 생산자가 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선두 회사 몇 개가 기술과 인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해 경쟁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초경쟁(hyper competition) 시장 환경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기존의 기술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더 이상 몇 개의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기도 어렵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 잠시 빛을 발할 수 있을지라도 이 기술과 연관된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그 기술은 곧 도태될 것이다. 이런 기술 생태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방성이 중요하다. 어느 기업이나 기관이 개발한 특정 기술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중요한 것이다.

근자에 업계에 두 가지 발표가 있었다. 하나는 애플이 자사 개발 언어인 스위프트를 발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자사 기술특허 공개다. 개발 언어는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인데,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것은 사용이 편리하고 성능이 강력하다는 장점으로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애플이 컴퓨터 언어까지 장악함으로써 애플에 종속되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테슬라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의 이번 특허 공개는 파격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미국 산업 확대에 대한 기여 그리고 내연기관을 전기기관으로 바꾸는 그의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전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그가 초경쟁 시장을 잘 이해하고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발 빠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즉, 경쟁사들이 치고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치고 나가고, 스스로 태풍의 눈이 돼 불확실성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만이 초경쟁 시대에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을.

급변하는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진정한 개방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경덕 < 델코리아 사장 kyeongdeog_kim@de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