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가 뜬다] "혼자 살고 싶지 않아요"…셰어하우스, 1인 가구 시대 '틈새 상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커버스토리
영화·야구 등 테마 세입자 모아
업체들, 기존주택 빌려 재임대
연남동 다세대 月 1천만원 수익
영화·야구 등 테마 세입자 모아
업체들, 기존주택 빌려 재임대
연남동 다세대 月 1천만원 수익

셰어하우스가 새로운 1인 주거시설의 ‘틈새 상품’으로 등장했다. 전국적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임대 전문업체도 30여곳에 이른다. 개인 사업자까지 합치면 현재 2000여실인 셰어하우스 규모가 내년엔 5000여실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5명의 남자가 거실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본다. 거실은 흡사 라커룸을 연상하게 꾸며졌다. 또 다른 집 거실은 암막 커튼을 치면 대형 벽걸이 TV가 영화관으로 변한다. 거주자들은 야구 경기나 영화가 끝나면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서울 강북권에서 셰어하우스 13곳(세입자 수 84명)을 운영하는 셰어하우스 전문업체 우주는 최소 임대계약 기간이 6개월 이상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장기간 함께 살면서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목적이다. 입주자는 주로 20대 후반~30대 중반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다. 이 중 10%가량은 외국인이다.
단기 연수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세입자인 보더리스하우스는 18곳 입주자 95명 중 40명이 외국인이다. 최소 한 달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우려는 국내 거주자들이 선호한다. 임대료는 방에 따라 30만원 후반~70만원대이고 보증금은 50만원이다.
처음 입주할 때 계약서 작성이나 관리직원 인건비 등을 포함한 사무수수료 30만원을 내야 한다. 입주민 회전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거주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한 입주자는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전한 데다 무엇보다 즐거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직접 임차인을 관리할 필요가 없고 낡은 집이 일정 부분 개·보수되기 때문에 셰어하우스 운영 업체에 임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은퇴를 앞둔 김민호 씨(58)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씨는 서울 연남동에 있는 대지면적 230㎡, 4층 규모의 다세대주택(19호실)을 대출 4억원을 끼고 14억원에 매입했다. 셰어하우스 업체에 운영을 맡겨 월 1000만원가량의 임대수익을 거두고 있다. 김정헌 우주 대표는 “지난 1년간 자신의 집을 셰어하우스로 운영해 달라는 집주인의 요청이 150건을 넘었다”며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아파트 대형 평수를 빌려 운영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1인 가구 시장의 30%까지 성장 가능
국내에서 셰어하우스가 주요한 임대주택의 한 형태로 확산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거주자들 간에 마음이 맞지 않으면 공실이 높아질 수 있고 입주자 요구를 모두 충족하다 보면 인건비도 올라간다.
서울 행당동과 건대입구, 문정동 등 4곳에서 셰어하우스 ‘함께꿈꾸는마을’을 운영하는 유성산업개발의 조창희 대표는 “셰어하우스가 아직은 수익이 많이 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앞으로 고급화·세분화되면 전체 1인 가구 시장의 최대 30%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점차 시장이 커지면 기혼이나 노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셰어하우스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스위스에서는 은퇴한 노부부 여러 쌍이 각자 투룸(침실 2개) 공간에서 생활하다 공용 거실 등에 모이는 셰어하우스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