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삶을 잃은 시리아 난민 도와주세요"
“700만명에 달하는 시리아 국민들이 사막을 떠돌고 있어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만난 국내 시리아 유학생 1호 압둘 와합(31·사진)은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2월 국내 교수와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헬프 시리아’라는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멀리서나마 시리아 난민들을 돕기 위해서다.

시리아에선 4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1000만명의 시리아인이 난민으로 국내외를 떠돌고 있다. 700여만명은 고향 집을 잃은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와합은 “해외로 탈출한 300만명의 난민은 그나마 국제구호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국내 난민에겐 도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다”며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시리아 인권상황과 한국의 역할’이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시리아 내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앞서 6일에는 이태원 이슬람 사원에서 ‘난민 돕기 모금회’도 열었다. 그는 “헬프 시리아를 통해 구호물품을 시리아에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터키를 경유하는 방법이 있는데 해외에 뜻이 맞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최고 대학인 다마스쿠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한 엘리트다. 내전 직전인 2010년 한국에 들어와 동국대에서 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 생활 4년째인 그는 설렁탕에 김치를 넣어 먹을 정도로 한국 문화에 제대로 적응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난민 정책’에는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400여명의 시리아인들은 직장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 문화에 대한 기대를 갖고 들어왔다가 난민 정책 등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을 동경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만큼 난민 돕기 등 국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이 더 많아지면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