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철 대흥전기 사장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펌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하명철 대흥전기 사장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펌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8년간 자동차 엔진 정비업소를 운영하던 하명철 사장은 쓸만한 자동차 엔진이 폐기되는 것이 늘 아까웠다. 엔진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하 사장은 TV에서 홍수피해 장면을 보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양수기에 엔진을 달아보면 어떨까.” 그때까지 대부분 양수기는 동력원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 사장은 1997년부터 2년간 3억원을 들여 철판을 사모아 엔진을 단 양수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이 대흥전기의 대표 상품인 엔진양수기다.

○엔진과 양수기 결합

경기 광주에 있는 대흥전기 공장에서 만난 하 사장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기질이 있었고,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면서 엔진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사업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1999년 회사를 설립한 뒤 230여 가지 엔진양수기와 펌프를 만들었다.

이 중 자흡식 엔진양수기는 대흥전기의 대표 제품이 됐다. 양수기가 물을 끌어올리려면 내부가 진공상태가 돼야 한다. 과거 집 마당에 있던 펌프와 비슷한 원리다. 기존 육상 양수기는 진공상태를 만들기 위해 계속 물을 넣어줘야 했지만 자흡식은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엔진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고, 자흡식이라 구조가 간단해진 펌프는 2001년과 2002년에만 국내에서 수천대가 팔려나갔다.

하 사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국내 펌프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24개 특허도 취득했다. 하 사장은 “펌프는 역사가 150년이나 되기 때문에 특허를 받기 어렵지만 디자인 등을 베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해외 특허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생엔진 단 펌프도 수출

대흥전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가나 세네갈 등에 수출을 했다. 2013년에는 경기도로부터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사업에서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작년 대흥전기는 태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수주했다. 2011년 홍수피해를 본 태국 정부가 실시한 양수기 입찰에 참가해 일본 중국 독일 기업을 제치고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대략 250억원 정도 되는 물량이었다. 현지 테스트까지 끝내고 납품을 시작하기 직전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납품은 무산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생엔진을 사용한 펌프를 가나 등에 80대 정도 팔았다. 사금을 채취할 때 필요한 물을 끌어올리는 용도로 펌프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아프리카도 대흥전기의 중요한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시장 집중 공략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회사에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드 펌프를 납품하는 것이다. 바지선의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한데 이 물을 채워주는 펌프를 납품하는 것이다. 올해 초 납품을 시작했고, 앞으로 7회에 걸쳐 추가로 납품할 예정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토목공사에 60대가량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 하 사장은 “중동에서 진행되는 많은 토목공사와 동남아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지역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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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으뜸중기제품

△티비소리인터넷 스마트폰용 다자간 영상통화 솔루션 △파이오메드 개인용 저주파 자극기 △다빈워텍 스팀살균 정수기 △대흥전기 자동진공형성 양수기

광주(경기)=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