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뛰고, 단체 이끌고…"하루가 짧아요"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장, 창극 '토끼타령'서 열연
김성녀 국립창극단장도 연극 '벽속의 요정'서 열정 과시
그는 단원들이 몸을 푸는 시간에 직접 참석해 함께 운동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22~23일 세르비아극립극장에서 열린 ‘한·세르비아 수교 25주년 갈라 공연’ 전에도 무대에 올라 단원과 똑같이 연습했다. 단장으로서 단원들 감독만 해도 될 법한데 땀 흘리며 뛰고 점프하고 회전한다.
단장과 무용수,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하는 게 벅차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강 감독을 비롯한 국립 예술단체장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다. 공연단체의 행정 업무를 보는 한편 무대에도 서기 때문이다.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장 겸 예술감독(65)은 예술가와 감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원조 격이다. 그는 취임 후 지난 4월 첫 공연인 ‘합’을 선보였는데 자신이 기획한 무대에 직접 올라 구음 시나위를 들려줬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안 감독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달 21~23일에는 창극 ‘토끼타령’에도 직접 출연해 소리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국악원 무대 외에 국립창극단의 ‘완창판소리’ ‘고궁 음악회’ 등 외부 무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안 감독은 지난해 10월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국악원에 개인 연습실을 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직책을 맡든 궁극적으로 내가 해야 할 것은 소리”라며 “연습을 게을리 해 목소리가 녹슬면 내 인생도 끝이란 생각으로 하루하루 임하고 있다”고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에 대해서는 “스케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음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64) 역시 배우와 예술감독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창극단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취임 후 창극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연극, 뮤지컬 등의 스타 연출가를 데려와 창극 작품을 만들고, 창극의 소재와 형식을 넓혀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덕분에 국립창극단은 ‘메디아’ ‘장화홍련’ ‘배비장전’ 등 히트작을 쏟아냈다.
동시에 김 감독은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벽속의 요정’에서 주인공을 맡아 1인32역을 소화했던 그는 오는 20~21일에는 부평에서, 11월에는 대구에서 같은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원인 김준수 씨는 “감독님의 1인2역은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며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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