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47)은 요즘 발레단 직원보다 일찍 출근한다. 다음달 4~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나비부인’ 때문. 강 감독은 오전 8시30분께 연습실에 도착해 1시간가량 작품을 연습하고 발레단의 행정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단원들이 몸을 푸는 시간에 직접 참석해 함께 운동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달 22~23일 세르비아극립극장에서 열린 ‘한·세르비아 수교 25주년 갈라 공연’ 전에도 무대에 올라 단원과 똑같이 연습했다. 단장으로서 단원들 감독만 해도 될 법한데 땀 흘리며 뛰고 점프하고 회전한다.

단장과 무용수,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하는 게 벅차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강 감독을 비롯한 국립 예술단체장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다. 공연단체의 행정 업무를 보는 한편 무대에도 서기 때문이다.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장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장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장 겸 예술감독(65)은 예술가와 감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원조 격이다. 그는 취임 후 지난 4월 첫 공연인 ‘합’을 선보였는데 자신이 기획한 무대에 직접 올라 구음 시나위를 들려줬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안 감독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달 21~23일에는 창극 ‘토끼타령’에도 직접 출연해 소리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국악원 무대 외에 국립창극단의 ‘완창판소리’ ‘고궁 음악회’ 등 외부 무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안 감독은 지난해 10월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국악원에 개인 연습실을 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직책을 맡든 궁극적으로 내가 해야 할 것은 소리”라며 “연습을 게을리 해 목소리가 녹슬면 내 인생도 끝이란 생각으로 하루하루 임하고 있다”고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에 대해서는 “스케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음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김성녀 국립창극단장
김성녀 국립창극단장
김성녀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64) 역시 배우와 예술감독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창극단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취임 후 창극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연극, 뮤지컬 등의 스타 연출가를 데려와 창극 작품을 만들고, 창극의 소재와 형식을 넓혀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덕분에 국립창극단은 ‘메디아’ ‘장화홍련’ ‘배비장전’ 등 히트작을 쏟아냈다.

동시에 김 감독은 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벽속의 요정’에서 주인공을 맡아 1인32역을 소화했던 그는 오는 20~21일에는 부평에서, 11월에는 대구에서 같은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원인 김준수 씨는 “감독님의 1인2역은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며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