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3일 오후 1시51분

SK텔레콤이 MP3플레이어로 유명했던 토종 음향기기 업체 아이리버를 인수한다.

아이리버의 대주주인 보고펀드는 13일 아이리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SK텔레콤을 선정했다. 보고펀드가 보유한 아이리버 지분 39.84%가 매각 대상이다. 인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7년 보고펀드가 아이리버를 인수할 당시 가격(6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끝난 본입찰에는 SK텔레콤 외에 일본 오디오 제조업체인 온쿄 등 3곳이 참여했다. 인수후보 세 곳 모두 비슷한 가격을 제시했으나 보고펀드는 종합적인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을 갖추기 위해 아이리버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재 아이리버는 휴대용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전자책 단말기, 유아용 교육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이리버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덕준 전 대표가 1999년 설립한 회사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뛰어난 성능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후 애플이 경쟁제품인 아이팟을 내놓은 데 이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면서 MP3플레이어는 설 자리를 잃었다. 애플을 중심으로 한 시장재편이 한창이던 2007년 양 전 대표는 아이리버를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보고펀드에 인수된 아이리버는 2011년부터 MP3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국내 중소기업에 밀렸고 전자사전은 일본 업체에 치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4년 450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 정도로 줄었다.

궁지에 몰린 아이리버는 다시 전문분야인 음향기기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휴대용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을 비롯해 심박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이어폰 ‘아이리버 온’ 등을 내놓으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박병종/정영효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