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향섭 정준산업 사장(왼쪽)이 대구 달서구 대명천로 본사 공장에서 아들 정준씨와 함께 ‘요술 때밀이 장갑’을 선보이고 있다. 조미현 기자
배향섭 정준산업 사장(왼쪽)이 대구 달서구 대명천로 본사 공장에서 아들 정준씨와 함께 ‘요술 때밀이 장갑’을 선보이고 있다. 조미현 기자
일반 때타월보다 30배 비싼 때타월(6000원)이 있다. 고객들은 이 때타월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 비유해 ‘때르메스’라고 부른다.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 얘기다.

대구 달서구 대명천로에 있는 정준산업의 배향섭 사장(72)은 “협력공장 세 곳에서 생산하다 주문이 몰려 지난해 12월 직영공장을 따로 냈다”며 “한 달에 10만개 이상 때밀이 장갑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때타월로 씻을 땐 물에 10분 이상 몸을 담그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은 비누 거품을 충분히 묻혀서 사용하기 때문에 샤워를 하면서도 때를 미는 효과가 있다.

요술 때밀이 장갑은 배 사장의 아들 배정준 씨(39)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정준씨가 대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아버지는 당시 몸이 아픈 할머니를 씻길 때 항상 네모난 초록색 ‘이태리 때타월’을 썼다. 하지만 비누를 묻히면 때가 밀리지 않고, 비누를 묻히지 않으면 까칠해서 할머니가 불편해했다.

경북테크노파크에서 지원을 받은 정준씨는 러시아산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를 쓰면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다는 걸 알아냈다. 문제는 직조 방법이었다. 때를 벗길 수 있을 정도로 표면을 거칠 게 만들려면 실을 꼬아야 한다. 하지만 금세 난관에 부딪혔다. 꼬인 실로 짠 때밀이 장갑을 물에 적시자 장갑이 줄어들었던 것.

그는 시행착오 끝에 꼬인 실끼리 다시 꼬면 물에 젖어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이 같은 직조방식은 특허로 등록했다.

아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건 아버지 배 사장이었다. 우선 특허받은 ‘요술 때밀이 장갑’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기계가 필요했다. 인견으로 유명한 경북 영주시 풍기읍, 섬유의 고장 대구 등지를 돌아다니며 업체를 수소문했다. 배 사장은 “새로운 직조방식을 적용한 기계를 제작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정준산업이 빛을 보게 된 건 불과 2년이 채 안 됐다. 요술 때밀이 장갑은 지난 10여년 동안 병원, 요양원 등에서 환자에게 사용되다 입소문을 탔다. 제품이 인기를 끌자 유사 제품도 나오고 있다. 배 사장은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정준산업 제품으로 오해하는 고객이 많아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대구=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