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수월성보다 평등교육에 '한표'…보수단일화 실패도 원인

진보 교육감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4일 교육감 선거 출구조사 결과 17개 시·도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11개 지역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후보가 1위인 지역은 4곳에 불과했고 2곳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이 모두 당선된다면 2010년 이른바 '1기 진보 교육감' 6명이 탄생한 지 4년 만에 2배 가량 불어나는 것이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되는 교육 부문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대거 강세를 보인 것은 이제까지 해온 것과는 다른 교육을 원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에 반대하고 평등교육을 주창한다.

예컨대 선거 내내 인지도나 지지율에서 앞서던 고승덕, 문용린 후보를 제치고 출구조사 결과 깜짝 1위로 올라선 조희연 후보는 시내 전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세월호 참사도 선거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었다.

입시에 골몰한 나머지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어른들의 반성이 수월성 교육보다는 평준화 교육, 경쟁교육보다는 협력교육에 무게를 실리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현 진보 교육감 지역에서는 혁신적 교육정책의 안정적 정착, 보수 교육감 지역에서는 혁신적 교육정책을 추진할 인물을 기대한 결과"라며 "세월호 참사로 일어난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한 국민적 성찰도 교육감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정서적 교감이 있었고 자사고, 특목고 등 학교 서열화로 과열된 경쟁을 완화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진보 교육감의 약진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수 지역에서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난립한 것도 실패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서울의 경우 진보진영은 일찌감치 조 후보를 단일후보로 내세웠지만, 보수에서는 고승덕, 문용린, 이상면 등 3명의 후보가 나왔다.

진보 단일후보인 이재정 후보가 1위를 달리는 경기지역 역시 보수에서는 김광래, 조전혁, 최준혁 등 3명이 복수후보로 나섰다.

보수 후보들은 상대방 진영은 물론 같은 진영끼리도 경합을 벌이면서 서로에게 흠집을 내는 바람에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줬고 결국 진보 후보가 득을 본 셈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보수후보들의 득표율을 모두 합치면 절반이 훨씬 넘는다"며 "단일화에 실패해 표를 분산시킨 것이 패배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계량적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투표용지에 기재되는 교육감 후보자의 순서가 선거구 마다 달라지는 방식(교호순번제)이 올해 선거에 도입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보수층은 진보성향의 유권자에 비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찾아서 투표하는 성향이 약한 편"이라며 "이번에 1명당 7표를 찍은데다 교호순번제가 시행되면서 보수 후보를 찾기 더욱 어려워져 보수표가 줄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