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버그먼 "2014년 하반기 지문인식 결제 스마트폰시대 온다"
사람의 지문을 거의 모든 결제의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올 하반기 출시된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물건을 살 때 복잡한 인증 과정 없이 손가락만 갖다 대면 결제가 끝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글로벌 생체인식기술 전문기업 ‘시냅틱스’의 릭 버그먼 회장(사진)은 4일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이도 얼라이언스(FIDO·생체인식 인증 국제협의회)가 만든 지문인식 소프트웨어 ‘파이도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올 하반기 처음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 마스타 디스커버 등 글로벌 카드사와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거대 금융기업의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첫 번째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바일 지문인식 결제시스템이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5로는 페이팔이라는 결제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그러나 파이도 얼라이언스 공인 지문인식 인증 시스템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이도 얼라이언스 회원사는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블랙베리 넷플릭스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비자 마스타카드 등 글로벌 금융사를 모두 아우른다. 지문인식 결제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지문인식 결제는 기존 결제 수단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버그먼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것보다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지문을 사용하는 것이 보안 수준이 더 높다”며 “안드로이드 진영뿐 아니라 애플에서도 지문인식을 통한 결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 기술은 조만간 웨어러블 기기(입는 컴퓨터)에도 탑재될 전망이다. 버그먼 회장은 “내년께 지문인식 기능이 탑재된 웨어러블 기기와 해당 솔루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지문을 화면에 문질러서 인식시키는 ‘스와이프 방식’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만 내년에는 보다 작은 범위에서 작동하는 ‘에어리어(누름)’ 방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냅틱스는 삼성전자 갤럭시S5에 스와이프 방식의 지문인식 기술을 공급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회사다. 인텔에서 1969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004’ 모델을 개발한 페데리코 파긴 등이 1986년에 창업한 기술기업으로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6%, 순이익 증가율은 19%에 달한다. 버그먼 회장은 최근 삼성이 공개한 타이젠폰 ‘삼성Z’에도 지문인식 솔루션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시냅틱스는 노트북 터치패드 시장에서도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누르는 힘까지 감지하는 차세대 터치패드 제품인 ‘포스패드’를 내놓아 HP 등의 노트북에 제공했다. 터치패드·지문인식 등 이 회사의 솔루션을 탑재한 단말기는 20억개에 달한다.

버그먼 회장은 “플렉시블(휘는) 디스플레이에 터치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 재팬디스플레이(JDI) 등과 검토 중”이라며 “곡률 반경이 큰(조금 휘어진) 디스플레이에 터치 기술을 넣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시냅틱스社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생체인식 기술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에 쓰이는 터치 기술과 지문 인식 기술을 개발·공급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5도 시냅틱스의 지문 인식 기술을 채용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최초로 개발한 페데리코 파긴이 1986년 창업했다. 작년 매출은 6억6400만달러, 직원은 1100명이며 2002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타이베이=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