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무력화…稅부담 가중" 與 비판
9일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에서 ‘안전’ 못지않게 ‘생활임금’ 공약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활임금 공약은 지난달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운 간판 민생공약이다. 발표 당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지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지만, 최근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잇따라 성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생활임금은 미국 140여개 도시와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임금 제도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 노원·성북구가 행정명령으로, 경기 부천시가 조례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노원·성북구의 경우 올해 생활임금은 전년보다 5.5% 인상한 143만2492원(시간당 6852원)으로, 2012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에 서울시 생활물가 상승률의 절반인 8%를 더한 것이다. 이는 시급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 5210원보다 31.5% 많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는 주로 청소·경비·주차·안내 등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출연기관 소속 근로자들이다.
새정치연합과 노동계가 생활임금 확산에 공조하는 데 반해 여당과 재계는 ‘세금으로 생색내기’라며 반박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최저임금과 차이가 나는 차액분을 세금(지자체 예산)으로 메우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야당은 곳간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퍼낼 생각만 한다”며 “생활임금제는 결국 시민들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에 대한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지방자치법 제11조 5항에 따르면 근로기준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는 국가사무로서 지자체 처리가 제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근거로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1월 도의회의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최근 두 번째 결의안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했다.
세금으로 공공부문 근로자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데 따른 민간과의 형평성도 지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생활임금제가 확대되면 민간부문의 임금 상승을 초래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법정 최저임금제를 무력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최근 경기도의회가 보낸 생활임금 조례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생활임금의 개념, 범위, 결정방식, 강제력 유무 등이 불명확하므로 도입 여부에 대해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생활임금이 최저임금법에 위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