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합창단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아트홀에서 지휘자 배공내 씨의 지휘 아래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용마합창단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아트홀에서 지휘자 배공내 씨의 지휘 아래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찬란한 옥과 같이 갈리고 갈려 단단한 쇠와 같이…(중략) 우리나라 기념탑으로 크나큰 이름 내는 경남고교.’

지난 23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반포아트홀. 홀을 가득 채운 나이 지긋한 신사들이 지휘자의 능숙한 손놀림에 따라 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음의 우렁찬 목소리에는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원숙미가 물씬 배어나왔다. 부산 경남중·고등학교 동문으로 이뤄진 용마(龍馬)합창단의 연습 장면이다.

龍馬합창단 "동문과 함께한다는 즐거움에 몸도 정신도 맑아져"
용마는 경남중·고의 상징이다. 경남중·고 동문회는 경남중이나 경남고 중 한 곳만 졸업해도 회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용마합창단은 중·고교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2012년 9월 결성됐다. 합창단 출신으로 올해 70세인 경남고 18회 졸업생 5명이 결성을 주도했다. 첫 멤버는 총 18명이었다. 인원이 적다보니 남성합창단의 중후한 멋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재경동창회 전체를 가입 대상으로 확대해 인원을 대폭 보강했다. 현재는 67명으로 늘었다.

용마합창단은 1년에 가까운 연습과 준비를 거쳐 지난해 5월31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창단 공연을 가졌다. 이어 그해 10월14일 군포샘병원에서 ‘환우와 함께하는 힐링음악회’를 열었다. 11월23일에는 경기고·경남고·서울고·부산고 등 4개 고교 동문 합창단이 합동 공연을 하기도 했다. 다른 고교 동문 합창단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실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올 들어서는 1월26일 ‘부산 심포니와 함께하는 신년음악회’ 합창 공연을 했다. 다음달 5일 부산시민회관에서 경남고 재학생 합창단, 경남중 재학생 난타반 등과 함께 동문, 재학생, 초청손님 등 앞에서 합동 공연을 할 예정이다. 오는 7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방부와 보훈처가 주최하는 ‘평화의 밤’ 행사에서도 합창 실력을 뽐낸다.

용마합창단에는 79세인 김경희, 윤치덕 동문(이상 9회)부터 36세인 52회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경남중·고 동문이 참여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지낸 배재욱 변호사(17회)는 합창단 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반포아트홀에서 두 시간씩 연습한다. 내달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부터는 주 2회, 3시간씩으로 연습 횟수와 시간을 늘렸다. 장성지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 부사장(26회)은 “작년 말 은퇴 이후 동문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 시간을 통해 새 삶을 사는 것 같다”며 “올해 61세인 내가 합창단에서는 젊은 축에 낀다”고 소개했다.

지휘자인 배공내(18회) 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 지휘과 수석 입학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충남대 강남대 숙명여대 등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 지휘법 교수를 역임했다. 배씨는 “단원의 절반 이상이 합창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였지만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합창단장인 김지호 참스라인 대표(18회)는 “월 회비 4만원 외에 동문의 후원으로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가 하는 공연은 모두 무료”라고 했다. 이승무 진명여고 교장(26회)은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단원들은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합창을 하니 정신도 맑아지고 건강도 좋아져 모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