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검찰의 금수원 진입 당시 정문에 걸려있던 '우리가 남이가' 현수막. 사진=JTBC 방송 캡처
21일 오전 검찰의 금수원 진입 당시 정문에 걸려있던 '우리가 남이가' 현수막. 사진=JTBC 방송 캡처
21일 오전 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과 장남 대균(44) 씨 부자의 신병을 확보를 위해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의 총본산인 경기도 안산 금수원에 진입한 가운데 금수원 정문에 걸린 현수막이 화제를 낳았다.

구원파 신도들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해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기존 현수막 외에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추가로 달아 공격의 고삐를 당겼기 때문이다.

구원파 신도들이 이 같이 김기춘 실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김 실장과 구원파의 기나긴 악연 때문이다.

1991년 검찰은 오대양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병언 전 회장을 배후인물로 지목했지만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검찰의 잇따른 수사로 인한 사회적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했고, 때문에 구원파는 1987년부터 27년간 오대양 사건의 족쇄를 달아야 했다.

검찰이 오대양 사건으로 인해 구원파를 수사했을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때문에 구원파 신도들은 21일 검찰이 "오대양 사건과 구원파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기 전까지 "오대양 사건과 무관함을 천명하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을 정문에 걸고 항의했다. 구원파가 조건으로 내걸었던 오대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 표명은 사실상 금수원 진입의 열쇠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남이가'는 지난 1992년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이 '초원복집 사건'에서 발언했던 내용이다.

1992년 대통령 선거가 절정을 향해 치닫던 때 여권 인사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지역감정을 자극해 영남권 득표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고 말했고, 이 발언이 도청되어 세간에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낮 12시 10분쯤 검찰 수사관 70여명을 금수원에 투입해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인영장과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또한 외부인 접근을 막고 유 전 회장 부자의 도주를 차단하기 위해 금수원 외곽에 경찰병력 500여명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금수원 인근에 경찰병력 700여명을 대기시켰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오후 6시가 지나도록 유 전 회장과 대균씨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이미 금수원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유 전 회장 부자의 소재 파악과 범죄 혐의 입증을 위한 단서를 찾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의 은신처로 알려진 금수원 인근 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증거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