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포츠 중계료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을 TV로 본 사람은 10억명에 이른다. 204개국 250개 채널의 누적 시청자는 약 263억명. 국제축구연맹(FIFA)은 중계권료로 3조4000억원을 챙겼다. 당시 SBS는 700억원을 냈다. 올해 브라질월드컵에는 800여억원을 지급한다. 물론 이 금액은 다음 대회부터 올라간다.

TV의 스포츠 중계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부터 시작됐다. 올림픽 최고 중계권료 기록은 얼마 전 미국 NBC가 세웠다. 2021년부터 2032년까지 6차례 동·하계 경기에 77억5000만달러(약 7조9000억원)를 내기로 한 것이다. 2021년 이후 올림픽 개최지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다. 미국은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노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슈퍼볼로 대표되는 미식축구 중계료만 연간 49억5000만달러(약 5조700억원)나 된다. 이는 프로야구 15억달러(약 1조5000억원), 프로농구 9억5000만달러(약 9700억원), 아이스하키 2억달러(약 2050억원)를 합친 것의 두 배다. 중계권을 가진 폭스TV의 올해 광고료는 30초 한 편에 400만~450만달러(약 42억4600만~47억7600만원)다. 300만달러짜리 광고 한 편의 매출상승 효과가 일반 광고 250편(900만달러)보다 낫다고 한다.

유럽 축구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돈방석’이다. 세계 프로축구 리그 중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중계권료는 올 시즌만 2조7500억원 이상이다. 2016시즌까지 3년간 받는 총액은 5조2000억원을 넘는다. TV를 바보상자가 아닌 ‘황금상자’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한국은 어떨까. 가장 인기있는 프로야구 중계권료가 연간 300억원 정도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의 3억원에 비하면 100배나 올랐지만 외국과 비교하기엔 쑥스럽다. 그나마 프로축구(70억~80억원)와 배구·농구(각 30억~40억원)보다는 낫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한국여자프로골프도 연 45억원으로 미국골프협회의 20분의 1에 못 미친다. 스포츠산업 규모에서는 개발도상국이다.

앞으로 국내외 인기 스포츠의 중계권료는 계속 오를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스포츠 마케팅 회사까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은 대체 누가 내는 걸까. 결국 시청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마련이니, 개운치는 않다. 국내 방송사들이 월드컵 중계 재전송료를 놓고 벌써 케이블방송사들과 싸우고 있다니 더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