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남녀노소 "월급 많아도 서울 떠나는 건 싫다"
“월급이나 직종 보다 근무할 지역이 훨씬 더 중요해요.”

서울 수도권에 삶의 터전을 가진 20~60대의 일반 구직자 500명 (남녀 각 250명)에게 직장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을 물은 결과 나온 답입니다.

[자료 = 온오프라인 구인정보 제공업체인 벼룩시장구인구직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이에 따르면 응답한 구직자들은 “직장 선택에서 최우선 조건은?”이라는 질문에 35.2%가 ‘근무지역’을 꼽아 1위에 올렸습니다. 이 조건은 남녀를 비롯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서도 1등자리를 지킨 것이 특징입니다.

근무지역은 이에 따라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온 구직 조건 2위인 ‘급여’ (19.4%)의 두 배 가까운 지지를 받았습니다.

구직자들은 이어 세 번째 조건으로 ‘직종’ (16.8%)을 꼽았습니다. 4위 ‘업무’ (11.2%) 5위 ‘하루 업무시간’ (8%), 6위 ‘복지혜택’ (5.7%), 7위 ‘경력기간’ (3.7%) 순으로 드러납니다.

서울 수도권 거주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조건은 ‘더 나은 직종, 업무이고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 수도권을 떠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로 요약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번 취업 조건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연상되는 게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의 원인과 많이 닮았다는 건데요.

서울 소재 명문대의 한 공대 교수는 오래 전 “왜 공부 잘하는 이과 고교생들이 이공계를 지원하지 않고 이른바 ‘의치한’ (의대 치대 한의대)을 선택하는 지 아세요?”라고 물은 뒤 곧 직접 대답까지 했습니다.

“물론 의치한을 나오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이공계 전공자의 경우 졸업 후 지방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이 경우 본인 결혼과 자녀 교육 등에서 아무래도 ‘핸디캡’이 따를 거란 얘기지요.”

다시 말해 기업들의 현장인 공장이나 연구소가 서울 수도권에서 떨어진 ‘지방’에 주로 소재한다는 게 그 공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최근 다수의 대기업이 자사의 R&D (연구개발) 중심을 서울 수도권 지역에다 집중 설립하고 있지요. 서초동이나 마곡동 등이 그런 사례로 꼽힙니다.

다시 설문조사로 되돌아 가 이들이 직장을 잡는데 1순위 조건으로 말한 ‘근무지’ 대해 성별과 연령대의 대답을 나눠 자세히 살폈습니다.

여성 구직자들이 남성 보다 조건에서 근무지역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비율이 여성은 38%, 남성의 경우 32.4%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직장 선택의 조건에서 근무지를 1순위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20대는 무려 43%가 근무지역을 1순위로 지적했습니다.

30대는 38.3%, 40대는 36.7%, 50대는 29%, 60대는 23.3%입니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통 자녀를 출가시킨 연령대인 50대 또는 60대 구직자의 경우 배우자와 떨어지는 것을 희망하는 게 아닌가”하는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구직 희망자들은 직장선택의 2순위로 남성의 경우 ‘급여’ (24.4%)를 꼽은 반면 여성은 ‘직종’ (17.2%)을 들었습니다.

연령대별로 직장 선택의 조건 우선순위를 보면 20대는 ‘지역-직종-급여-업무’ 순입니다. 30대 구직자는 ‘지역-급여-직종-하루근무시간’순서이고 40대는 ‘지역-급여-직종-업무’ 순을 보였습니다.

50대는 지역에 이어 직종-급여-업무 순을 선택했고 60대 취업희망자는 ‘지역-급여-업무-복지혜택’의 순서를 나타내고 있네요.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