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검찰의 말과 다른 금수원 현장
“대한민국 어디까지라도 그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끝까지 추적하겠다.”

지난 18일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측에 이같이 ‘최후통첩’을 보냈다. 아들 대균씨와 유 전 회장이 검찰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잇단 소환에 불응하고 잠적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이날부터 검사장부터 수사팀 검사까지 전원이 유 전 회장이 검거될 때까지 퇴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사팀은 ‘철야근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검찰은 특히 유 전 회장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안성시 소재 금수원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검찰 자체 검문팀 30명을 금수원 근처에 잠복시키고, 경기지방경찰청과 안성경찰서에도 금수원 순찰을 강화하고 동향을 더욱 면밀히 살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예배 후 나오는 신도들의 차에 유 전 회장이 몰래 타고 나올 수 있다는 첩보를 지난 17일 입수한 데 따른 조치”라고 했다. “드나드는 모든 차량을 검문·검색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금수원 주변 상황은 검찰의 설명과는 달랐다. 제복을 입은 경찰은 대여섯 명 정도만 눈에 띄었고, 사복 경찰을 포함해도 십수명 정도였다. 경기경찰청 측은 “일선 경찰의 정보과·형사과 소속 형사들을 배치했다”며 “이들 인력으로도 검문·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경비 병력은 투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량들은 특별한 절차 없이 금수원을 자유롭게 오갔다. 수사당국의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검문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구원파 측이 금수원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는 현장 주변은 시끌벅적한 상황이었다. 유 전 회장이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경이 너무 손발이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유 전 회장이 불응하면 검찰은 경찰 인력을 동원해 금수원에 강제 진입해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진입한다고 해도 신병 확보를 보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행동보다는 너무 말만 앞세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