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결함을 장기간 은폐해오다 뒤늦게 대규
모 리콜에 나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GM 경영진이 점화장치와 에어백 결함을 최소한 2009년 11월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때 리콜을 하지 않았다며 벌금 3500만달러(약 358억7500만원)를 부과했다. 미국에선 차량에 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5일 이내에 교통 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3500만달러는 미 정부가 부과할 수 있는 최대 벌금 상한액수다. 하지만 이 금액은 지난해 GM의 영업이익 56억7200만달러의 0.6%, 지난 1분기 영업이익(5억달러)의 7%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콜 사유는 점화장치 불량이다. 주행 중 시동 스위치가 꺼지면 엔진이 멈춰 사고가 날 수 있고, 에어백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 결함으로 엔진이 멈추거나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사망한 사람은 최소 13명이다. 해당 부품 교체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었다. 다이애나 드젯 연방하원의원(민주)은 2005년 GM 엔지니어들이 문제가 된 점화장치 결함에 대한 해결책을 보고했으나 회사가 묵살했다고 지적하며 “GM 자료에 따르면 부품 교체에 드는 비용은 대당 고작 57센트였다”고 비판했다.

GM은 지난 2월 말 점화장치 결함이 발견된 162만대 차량에 첫 리콜을 실시했다. 이후 차량 후미등과 브레이크 등 각종 결함으로 전 세계에서 300만대의 차량을 다섯 차례에 걸쳐 추가로 리콜했다. 올 들어 누적 대수가 1280만대에 이른다.

2010년 차량용 매트 결함 문제로 1000만대를 리콜한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집단소송 합의금과 벌금 등으로 총 23억달러를 지급했다. 업계에선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을 감안하면 GM은 이보다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 제품의 결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차량 결함은 사람 목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최고경영진이 직접 챙겨야 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우리 기업들도 GM의 때늦은 리콜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