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한국 재즈 1세대' 정성조 교수 "재즈와 국악 섞은 퓨전 음악 널리 알릴 것"
‘한국 재즈 1세대’인 정성조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68·사진)가 돌아왔다. 정 교수는 14일 서울종합예술학교 싹아리랑홀에서 ‘싹(SAC) 빅밴드’ 창단식을 열고 연중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JYP엔터테인먼트 등 각계에서 활동 중인 그의 제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그는 “블루문, 미스티 등 유명 재즈음악 메들리부터 아리랑과 결합된 퓨전 재즈까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최근 ‘시선’으로 복귀한 이장호 영화감독이 그의 서울중 서울고 동기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접한 색소폰에 빠져든 그는 중·고교 시절 내내 밴드활동을 했다. 재즈에 눈을 뜬 건 고교 시절 용산 미8군 군악대 관계자 등과 친분을 쌓으면서다. 서울 청파동 집 근처에 살던 흑인 아마추어 음악가와 친해진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미8군은 준전시체제를 갖춘 곳이라 보수가 많고 여러 이점이 있어 자원자가 넘쳤다”며 “그때 사람들과 쌓은 인연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79년 초 미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갈 때 학생비자 발급 과정에서도 이들이 도움을 줬다고 했다. 미8군 영내에서 군인들과 함께 색소폰을 불기도 했다는 그에게 “어린 나이에 꽤 당돌했다”고 말하자 “별거 아니다. 뜻이 있는 곳에 항상 길이 있다”고 답했다.

고교 졸업 후 길옥윤, 패티 김을 따라다니며 밴드활동을 하던 그는 제대로 음악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2년 만에 “적성에 안 맞다”며 그만뒀다. 이후 ‘겨울여자’ ‘영자의 전성시대’ ‘어제 내린 비’ ‘깊고 푸른밤’ 등 40여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음악도 담당했다.

‘밤무대’ 활동도 겸하던 그는 주위의 우려와 시기 등 여러 시선을 뒤로 하고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이 문화가 좀 부실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재즈는 소외된 사람들이 발전시킨 음악인데도 이걸 ‘자기 것’으로 당당히 지키려는 의지가 정말 강했습니다. 고유의 문화도 잘 모르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아요.”

1988년에는 서울예대(옛 서울예전)에 부임해 국내 처음으로 실용음악과를 창설했다. 그는 “이전에 없던 커리큘럼을 만드느라 몇 달간 밤샘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10년간은 KBS 관현악단 단장을 맡았다. 2011년 서울예전에서 퇴직한 뒤 미 뉴욕 퀸스칼리지에 머물렀으나 서울종합예술학교의 요청으로 돌아왔다. “평생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 한국에 머물고 싶다는 아내의 부탁도 있어서 기꺼이 수락했다”고 그는 말했다.

서울종합예술학교는 학점은행제로 운영된다. 음악교육과 함께 연예인(지망생) 등이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곳이다. 정 교수는 “각 지역 전문대 등에 우후죽순처럼 실용음악과가 생겼다”며 “제대로 된 음악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채 무늬만 실용음악과가 많아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전통문화예술원과 합주 등을 통해 한국 고전 음악을 재즈와 섞은 퓨전 음악으로 ‘우리 것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