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10대 법무법인(로펌) 누적 합격자 수가 올해 연세대 로스쿨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로스쿨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이어 4위 자리를 굳혔다.
'10대 로펌行' 고려대가 연세대 제쳤다
11일 한국경제신문이 로스쿨 졸업생의 로펌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고려대 로스쿨이 국내 10대 로펌(국내 변호사 숫자 등 기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 바른 지평 충정 로고스) 합격자 수에서 연세대를 첫 추월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학교를 졸업한 로스쿨 3기 중에서 10대 로펌에 들어간 사람은 고려대가 24명, 연세대가 20명으로 고려대가 앞섰다. 앞서 2012년 졸업한 로스쿨 1기는 연세대 19명, 고려대 17명으로 연세대가 많았고 지난해(로스쿨 2기)에는 17명씩으로 동수였다. 이에 따라 10대 로펌 누적 합격자 수에서도 고려대 로스쿨(58명)이 올해 연세대(56명)를 처음으로 앞섰다.

로스쿨 졸업자의 10대 로펌 취업 순위는 해당 로스쿨이 법률시장에서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는지 비교적 잘 나타내는 척도다. 신임 법조인들이 판사나 검사에 비해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우수한 인력이 몰려 가장 치열한 입사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대형 로펌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법무협회가 2011년 로스쿨생 3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 희망하는 진로’를 묻는 질문에 로펌행이 2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법원은 11.0%, 검찰은 7.7%에 불과했다.

고려대 로스쿨에서 졸업생 취업을 담당하는 김인현 학생부원장은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학부 법대가 강한 데 이곳 졸업생이 모교 로스쿨에 많이 진학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로스쿨도 선전했다. 성균관대는 2012~2014년 각각 6명, 9명, 4명의 10대 로펌 입사자를 배출해 줄곧 4위를 유지했다. 3개년 누적 합격자 수는 19명으로 공동 5위인 서강대와 이화여대(각 9명)의 두 배가 넘는다. 이어 경희대 로스쿨이 6명으로 7위였고 한때 성균관대 로스쿨의 ‘맞수’로 평가받았던 한양대는 누적 합격자 수 5명으로 경북대 부산대와 함께 공동 8위에 그쳤다. 이 밖에 서울시립대 한국외국어대 4명씩, 전남대 충남대 3명씩, 중앙대 2명, 건국대 영남대 인하대 전북대 1명씩이었다.

상위권 대학으로 10대 로펌 합격자가 몰린 현상도 뚜렷했다. 2012~2014년 10대 로펌 누적 합격자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 3개 로스쿨이 차지하는 비중은 76.4%에 달했다.

서울대 로스쿨의 누적 합격자 수는 138명으로 전체의 41.8%에 달했다. 지방대 중에서는 누적 합격자 각 5명을 배출한 경북대 부산대(공동 8위)만 10위권에 들었다. 6개 지방대는 한 명의 10대 로펌 취업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10대 로펌 가운데 9곳에서는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법무법인 광장에서는 유일하게 연세대 출신이 가장 많아 눈에 띄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광장에서 일하는 연세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11명으로 서울대 8명보다 많았다. 광장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안용석 변호사는 “로스쿨생이 보는 변호사시험은 성적이 공개가 안 되기 때문에 광장은 변리사 회계사 의사 등 지원자의 다양한 경력을 중시했다”며 “다면평가를 제대로 하면 항상 서울대가 1위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