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이에 버금가는, 아니 이보다 더 비극적인 사고들도 겪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가 가장 비통하다.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고였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 체계적인 시스템, 당국의 엄격한 관리 감독, 잘 갖춰진 안전망, 고양된 안전의식, 짜임새 있(다고 주장하)는 구조체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통신망, 거기에 안전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정해 부처 이름도 ‘안전행정부’로 개명한 정부의 의지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사고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300여명의 인명이 손실되는 사고의 개연성은 제로여야 맞다. 그럼에도 참사가 벌어졌다. 그것도 꽃도 펴보지 못한 고등학생 250여명이 희생되면서…. 이 사고에는 여러 이해 관계자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잘못들이 결합돼 있다.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엄정한 조사로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경영상의 미흡함이나 잘못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둘러 체크해야 한다. 먼저 사명에 충실한 경영을 하고 있는가다. 사명은 기업의 존재 목적이자 고객과 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을 천명한 것이다. 그것은 경영자의 솔선수범과 임직원의 실행을 통해 구현된다. 우리 기업도 사명에 맞게 경영자가 솔선수범하고 있는지, 그리고 임직원들의 행동 역시 그 사명의 적극적인 실현인지를 늘 확인하고 각성해야 한다.

둘째,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경영을 하고 있는가. 기업은 이윤창출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윤창출은 결과다. 직원 만족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이윤은 따라온다. 이것이 기업의 성공 공식이다. 세월호는 이와 정반대의 경영을 했다.

이윤창출만 생각하고 고객의 안전도, 직원의 만족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기업은 ‘직원만족→고객만족→이윤창출’이란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경영을 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셋째, 직원에 대한 인식을 재점검해야 한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모두 15명의 선박직 승무원이 근무했다. 그런데 15명 가운데 8명이 입사 6개월 미만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선박의 최종 권한을 행사하는 선장은 1년짜리 계약직이었다. 470여명의 인명과 최대 적재량을 초과한 화물을 싣고 13시간 이상 운항하는 중요한 업무에 계약직 선장과 근속 6개월 미만의 직원들을 배정했다.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 그 원인의 하나였다고 한다. 우리 기업은 직원에게 일하기 좋은 회사인지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넷째, 매뉴얼과 교육에 대해 체크해야 한다. 매뉴얼은 일상적인 업무에도 필요한 것이지만 긴급상황에서도 체계적인 행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준수가 생명이다. 세월호에도 매뉴얼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죽은 매뉴얼이었다.

'세월호'를 他山之石으로…기업들 '5대 체크리스트'는
다섯째, 상향식 소통 채널과 그 유효성을 살펴봐야 한다. 세월호의 1등 항해사는 출항 전 ‘짐을 많이 실으면 배가 가라앉으니 그만 실어야 한다’고 회사 관계자에게 수차례 건의했다고 한다. 본래 선장과 이번 세월호를 책임졌던 계약직 선장 역시 여러 차례 과적 문제를 지적했지만 무시당했다고 한다.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책임감을 갖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처럼 기업의 존망에 큰 영향으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체크포인트 이외에도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긴급사태 대책이 제대로 갖춰지고 작동하는지 △업의 특성에 맞는 역량을 갖춘 직원들을 선발하고 유지하는지 △업무의 중요성과 그 업무에 배정된 직원 간의 균형은 적절한지 △기업의 경쟁력, 아니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무엇이고 그것에 우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경영자가 업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고 이에 따라 경영하고 있는지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를 예견된 참사라고 말한다. 삼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