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A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이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얼어붙은 회사채시장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A등급 회사채의 발행액은 8천900억원으로 집계됐다.

A등급 회사채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달 5천억원에 못 미치는 발행액을 보였지만 4월 들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기회복에 따른 하반기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달비용 상승을 우려한 발행기업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A등급 회사채의 인기는 수요예측 결과로도 나타났다.

4월 중순 이후 A등급 회사채 수요예측은 모두 발행예정금액 이상의 수요 입찰이 이뤄졌다.

메가마트(AO등급)의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희망금리 상하한선 내에 발행예정액(300억원)의 3배에 육박한 8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현대비앤지스틸(A-등급)은 1천420억원, 하이트진로(A+등급)는 4천150억원, 현대로템(A+등급)은 5천450억원의 유효수요가 들어와 예정액보다 2∼5배 많았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으로 특수채 발행이 줄자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A등급까지 차츰 내려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채 시장은 웅진과 STX 사태를 겪으면서 비우량등급이 철저히 외면받는 상황에서 우량등급 간에도 차별화가 일어났다.

지난해 9월 말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돼 기관 투자자가 담는 회사채 기준이 AA급 이상으로 높아진 상태였다.

특히 이번에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5년물(하이트진로), 7년물(현대로템)의 발행에도 대규모 주문이 몰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A등급의 회사채가 3년물 위주의 발행 관행에서 벗어나 5년물과 7년물 발행에도 성공하면서 향후 금리 상승에 대비한 차입구조 장기화가 가능해졌다"며 "A등급 발행여건이 나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채 발행이 신용위험도가 크지 않은 기업에 국한돼 아직 회사채 시장의 훈풍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요예측에서 성공을 거둔 회사채는 안정적이거나 대기업 계열의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을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