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보안 요원 '글로벌 스카우트 경쟁'…정보유출 단속 나선 英 MI5
에드워드 스노든은 지난해 6월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불법 도·감청 프로그램 등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폭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폭로의 내용이 가장 먼저 화제가 됐지만 이후 사람들이 더 주목한 건 ‘스노든이 누구고, 어떻게 정보를 캐냈을까’ 였다. 스노든은 고위직 정보요원이 아니었다. 군 전역 뒤 국가안보국(NSA)과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컴퓨터 보안 관련 기술자로 일하던 31세 직원이었다.

세계 각국 정보조직이 ‘제2의 스노든 찾기’에 나서면서 영국 특수정보부(MI5)에 비상이 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일부 적대국의 정보조직이 최근 금전적 보상을 미끼로 영국 정부기관과 기업에서 일하던 정보기술(IT) 인재들을 잇따라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I5는 최근 영국 주요 은행, 공공기업과 에너지 기업 등 보안에 민감한 주요 기업의 수장을 한자리에 불러 정보 유출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에서 국제회의와 대형 금융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만큼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MI5는 주로 영국 내 정보를 담당하는 비밀 기관으로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때 창설된 비밀첩보부가 전신이다. 영화 007시리즈로 잘 알려진 해외 정보 담당 MI6, 전자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와 더불어 영국의 3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MI5의 초기 임무는 영국 내에서 활동 중인 독일 스파이 색출이었지만 냉전 이후 지금까지 대테러 공작, 첩보, 마약 및 뇌물과 조직범죄, 불법 이민 문제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FT는 과거 MI5가 다루던 1급 기밀은 스파이 조직의 리더들끼리만 문서로 공유했고, 이 때문에 정보 유통까지 몇 년이 걸렸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 발달로 최근 국가와 기업의 1급 기밀은 고위직에 앞서 내부 기술자들이 먼저 아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해외 정보기관이 개인 정보에 접근하거나 국가나 기업 기밀을 빼내는 것 외에도 상대국 네트워크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내부 고발자의 범위가 일부 고위직에서 말단 기술직까지 넓어지자 영국 정부는 올해 ‘사이버 보안’ 문제를 국가 최우선 등급 과제로 지정했다. 리스크 컨설팅업체 소네콘의 폴 스톡튼 이사는 “각 기업과 정부 기관이 입단속을 해야 할 요주의 인물은 이제 소수 고위층이 아닌 시스템 관리자들”이라며 “IT왕국에서 열쇠를 쥔 위험 인물들은 언제든 ‘제2의 스노든’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