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포럼, 부산방직공업, 성도이엔지 등이 상장 자회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자회사의 주가가 오르면서 자산 가치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모 회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사례도 등장했다.
'엄친아' 子회사 덕에…母기업 덩달아 으쓱
○‘자회사 지분가치>모회사 시총’

전자제품 장비업체 에스티아이는 올 들어 주가가 66% 뛰었다.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로 수혜가 예상되는 데다 3D프린터 테마주로도 주목받고 있어서다.

에스티아이의 선전으로 모회사 성도이엔지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보다 34% 올랐다. 이 기간 자회사 지분 가치가 1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성도이엔지는 에스티아이 지분 21.07%(253만주)를 보유 중이다.

합판 제조사 이건산업 지분 18.26%(162만주)를 들고 있는 이건창호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53%다. 자회사 주가가 47% 뛴 데다 건자재주 업종 전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건산업 지분 가치(294억원)는 이건창호 시가총액(58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방산업체 스페코 역시 자회사 삼익악기(지분율 16.64%·1173만주)의 덕을 보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삼익악기 지분 가치는 스페코 시가총액의 50% 안팎인 317억원에 달한다.

자회사 보유 지분을 다 팔면 모회사를 사고도 남는 사례도 등장했다. 보안솔루션업체 소프트포럼의 시가총액은 526억원이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 지분(312만주·13.54%) 가치가 762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회사와 모회사의 가치가 역전된 셈이다. 밥솥 제조사 리홈쿠첸의 지분 17.72%(621만주)를 들고 있는 부산방직공업도 마찬가지다. 리홈쿠첸의 현재 지분 가치는 714억원으로 부산방직 시가총액(333억원)의 2배 이상이다.

○조정장에선 모·자회사 동반 추락할 수도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종목 장세가 이어지면서 자회사 지분 가치 상승으로 모회사의 주가가 함께 급등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호재가 있는 중소형주의 주가가 급등했을 때 대안으로 모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 기법이 일반화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형주일 경우 주가 움직임이 한층 가파르다.

자회사 지분 가치만을 따져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자회사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고 해도 모회사가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단순 지분 가치보다는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 등을 받고, 이를 모회사 주주들에게 분배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회사 지분 가치가 부각되면서 모회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도해진 경우엔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