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 '선방'] 기업 설비투자  5분기만에 감소세
올해 1분기에 민간소비가 둔화되고 설비투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호조 등으로 전체 경제성장률은 양호했지만 내수 경기는 아직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4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9%로 작년 4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9%를 기록하며 2011년 1분기(4.9%) 이후 가장 높았다.

부문별로는 명암이 엇갈렸다. 민간소비는 작년 4분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6%였던 것에 비춰보면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한은은 올해 1~2월 이뤄진 연말정산 결과 작년과 달리 직장인이 받는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내는 경우가 늘면서 가계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00억원가량 감소했고 그 여파로 민간소비가 0.2%포인트가량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연말정산 효과’를 제외하면 소비 위축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또 올해 3월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해 겨울옷이나 난방용 유류, 전기소비가 줄어든 점도 민간소비 측면에선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1.3% 감소하며 2012년 4분기(-3.3%) 이후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작년 4분기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5.6% 늘어난 데 따른 일종의 ‘기저효과’로 볼 수 있어 추세적인 하락세로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4.8%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를 저점으로 올해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포함한 지식생산물투자는 전분기 대비 7.5%, 전년 동기 대비 8.3%나 증가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제조업이 성장하고 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어난 결과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사진)은 “한국의 수출 호조는 R&D 투자 덕분”이라며 “전체 경제성장에 대한 R&D 투자의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수출(0.9%포인트)과 건설투자(0.7%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도 줄었다. 1분기 정부소비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대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상반기 재정지출을 대폭 늘린 것과 달리 올해는 상대적으로 재정집행 속도를 늦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은 올해도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 대비 1.4% 성장했던 수출은 올해 1분기에도 전기 및 전자기기,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7% 증가했다. 반면 수입은 기계류, 화학제품이 줄면서 0.5%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전분기 대비 기준으로 제조업이 2.1% 성장했다. 전기 및 전자기기, 금속제품, 석유제품 생산이 늘어난 덕분이다. 건설업(1.4%), 서비스업(0.6%)도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농림어업은 양돈, 육우 사육두수가 줄면서 4.3% 감소했다. 따듯한 날씨로 난방수요가 줄어 전기가스 수도사업도 4.5% 감소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