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24시간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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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대만 타이베이 번화가에 있는 청핀(誠品)서점 본점. 1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서점이다. 나무 바닥의 아늑한 느낌도 좋지만 여기저기 웅크리고 앉은 올빼미족의 표정들이 더 재미있다. 열 명 정도씩 앉는 책상이 곳곳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잡지도 다 있다. 이 서점 덕분에 대만의 밤문화가 바뀌었다고 한다.
중국 상하이에도 2003년에 심야서점이 생긴 적이 있다. 그러나 책을 보기만 하고 사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적자만 내다 1년 만에 망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2012년 다시 등장한 서점은 달랐다. 책벌레들을 위해 서점 안에 커피숍과 카페를 함께 연 것이다.
이들 심야서점과는 달리 대부분의 서점은 오전 9~10시부터 밤 9~10시까지 문을 연다. 우리나라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도 하루 12시간씩 영업한다. 물론 지역 특성에 따라 개별 점포의 운영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는 확 달라진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나왔을 땐 전 유럽과 미국의 주요 서점들이 심야영업을 했다. 모두 같은 날 판매키로 한 약속에 따라 0시1분에 일제히 문을 열었고 밤새 기다린 독자들은 앞다퉈 뛰어들었다.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이 출간됐을 때도 그랬다. 0시를 기해 무라카미 소설을 판매한 도쿄 다이칸야마의 쓰타야서점은 대규모 카운트다운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은 서점업계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보약과 같다. 출판불황과 온라인서점에 치여 주눅이 든 책방들로선 반갑기 그지없다. 서점 폐업이 늘어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2003년 3589개였던 게 지난해 2331개로 3분의 1이나 줄었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워드나 미시간주의 북버그 등 유명한 동네서점들의 성공 사례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중국 베이징에 24시간 서점이 나타났다. 첫날 밤 9시부터 11시반까지 매출이 6170위안(약 104만원)이나 됐다고 한다. 관록 있는 싼롄타오펀 서점 체인의 사장이 올해 초 리커창 총리와 좌담회에서 ‘전 국민 독서운동’을 제안한 뒤 만든 것이다. 그저께 리 총리가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이 서점 직원 모두에게 격려 편지를 보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중국 국민들의 연간 독서량은 평균 4.7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24시간 서점이 곳곳에서 대륙의 밤을 밝히고 있다. 우리의 독서량은 연 9.2권으로 그보다 두 배나 된다. 서울의 밤을 밝힐 ‘영혼의 빛’을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중국 상하이에도 2003년에 심야서점이 생긴 적이 있다. 그러나 책을 보기만 하고 사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적자만 내다 1년 만에 망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2012년 다시 등장한 서점은 달랐다. 책벌레들을 위해 서점 안에 커피숍과 카페를 함께 연 것이다.
이들 심야서점과는 달리 대부분의 서점은 오전 9~10시부터 밤 9~10시까지 문을 연다. 우리나라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도 하루 12시간씩 영업한다. 물론 지역 특성에 따라 개별 점포의 운영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는 확 달라진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나왔을 땐 전 유럽과 미국의 주요 서점들이 심야영업을 했다. 모두 같은 날 판매키로 한 약속에 따라 0시1분에 일제히 문을 열었고 밤새 기다린 독자들은 앞다퉈 뛰어들었다.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이 출간됐을 때도 그랬다. 0시를 기해 무라카미 소설을 판매한 도쿄 다이칸야마의 쓰타야서점은 대규모 카운트다운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은 서점업계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보약과 같다. 출판불황과 온라인서점에 치여 주눅이 든 책방들로선 반갑기 그지없다. 서점 폐업이 늘어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2003년 3589개였던 게 지난해 2331개로 3분의 1이나 줄었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워드나 미시간주의 북버그 등 유명한 동네서점들의 성공 사례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중국 베이징에 24시간 서점이 나타났다. 첫날 밤 9시부터 11시반까지 매출이 6170위안(약 104만원)이나 됐다고 한다. 관록 있는 싼롄타오펀 서점 체인의 사장이 올해 초 리커창 총리와 좌담회에서 ‘전 국민 독서운동’을 제안한 뒤 만든 것이다. 그저께 리 총리가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이 서점 직원 모두에게 격려 편지를 보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중국 국민들의 연간 독서량은 평균 4.7권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24시간 서점이 곳곳에서 대륙의 밤을 밝히고 있다. 우리의 독서량은 연 9.2권으로 그보다 두 배나 된다. 서울의 밤을 밝힐 ‘영혼의 빛’을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