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양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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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2등 항해사 라이톨러는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태울 것을 건의했고 스미스 선장은 승인했다. 기관사들과 화부, 전기공 등 선원들은 배가 침몰하기 직전,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전기를 살리려 애쓰다 최후를 맞았다. 선장은 마지막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지만 끝까지 배에 남았다. 102년 전 1513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의 최후 모습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해양사고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것은 1987년 12월20일 밤 유조선과 충돌한 필리핀 여객선 침몰 사고였다. 한밤중에 4386명이 수장됐고 24명만 겨우 살았다. 2011년 인도양에서도 전복 사고로 2966명이 희생됐고, 1948년엔 중국 국공내전의 피란민 2750~3920명이 증기선 폭발로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 부산~제주 정기여객선 남영호 침몰이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정원 초과와 높은 파도 등으로 338명 중 12명만 살아남고 326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1993년 전북 부안~위도를 오가는 페리호 침몰 때도 292명이 한꺼번에 희생됐다.
그저께 아침엔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로 수학여행 가던 학생 등이 참변을 당했다. 뉴스를 보면서도 차마 믿기지 않는다. 꽃다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가슴은 찢어지고 또 찢어진다.
국내 해상사고 발생 건수는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 번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여서 늘 조마조마하다. 해양수산부가 ‘해사안전계획’을 통해 540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호언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자동항법시스템 ‘스마트 내비게이션’을 앞당겼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육상 모니터링 기관이 침몰 사실을 자동으로 감지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4229명을 태운 이탈리아 여객선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을 때는 희생자가 32명에 불과했다. 수심이 얕고 배가 완전히 침몰하지 않은 덕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4000명 이상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진도에서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해마다 인재(人災) 논란과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지적이 반복된다. 이번에도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2년 전 이탈리아 여객선 사고 때 희생자가 비교적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장은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배에 남은 승객 300여명을 버렸다며 선장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해 2697년형을 구형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그때나 지금이나 해양사고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한 것은 1987년 12월20일 밤 유조선과 충돌한 필리핀 여객선 침몰 사고였다. 한밤중에 4386명이 수장됐고 24명만 겨우 살았다. 2011년 인도양에서도 전복 사고로 2966명이 희생됐고, 1948년엔 중국 국공내전의 피란민 2750~3920명이 증기선 폭발로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 부산~제주 정기여객선 남영호 침몰이 최악의 사고로 꼽힌다. 정원 초과와 높은 파도 등으로 338명 중 12명만 살아남고 326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1993년 전북 부안~위도를 오가는 페리호 침몰 때도 292명이 한꺼번에 희생됐다.
그저께 아침엔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로 수학여행 가던 학생 등이 참변을 당했다. 뉴스를 보면서도 차마 믿기지 않는다. 꽃다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의 가슴은 찢어지고 또 찢어진다.
국내 해상사고 발생 건수는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 번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여서 늘 조마조마하다. 해양수산부가 ‘해사안전계획’을 통해 540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호언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자동항법시스템 ‘스마트 내비게이션’을 앞당겼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육상 모니터링 기관이 침몰 사실을 자동으로 감지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4229명을 태운 이탈리아 여객선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을 때는 희생자가 32명에 불과했다. 수심이 얕고 배가 완전히 침몰하지 않은 덕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4000명 이상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진도에서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해마다 인재(人災) 논란과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지적이 반복된다. 이번에도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2년 전 이탈리아 여객선 사고 때 희생자가 비교적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장은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배에 남은 승객 300여명을 버렸다며 선장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해 2697년형을 구형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