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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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4월16일 오후 1시50분

“올해 대체투자(4000억원)와 해외 주식투자(2700억원)를 가장 많이 늘릴 계획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조금 더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

박민호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최고투자책임자·사진)은 ‘내부에서 승진한 첫 번째 CIO’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작년 5월 취임하면서 지난 5년간 전략투자팀장으로 일할 때 구상했던 것을 하나씩 꺼내며 사학연금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외부 컨설팅을 통해 해외 투자팀 신설을 결정했고, 관련 투자인력도 영입했다. 박 단장은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확대는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것 외에도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보수적인 사학연금의 운용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박 단장은 “사학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이 52.6%인 데 반해 해외 자산 비중은 7.5%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19.3%)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만큼 투자대상을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017년까지 해외 자산 비중을 16%로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중장기 운용전략을 밝혔다.

그러나 “해외투자를 하더라도 도심 지역의 대형 빌딩은 피할 방침”이라고 박 단장은 설명했다. 그는 “런던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 요지에 있는 부동산값은 이미 많이 올랐다”며 “미국 주요 지역 부도심이나 독일의 오피스 빌딩처럼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세컨티어(second tier) 부동산으로 투자 대상을 차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투자대상을 다변화하는 데 힘을 쏟는 중이다. 펀드오브펀드 형태로 운용되는 해외 사모공동투자펀드나 셰일가스 운송·정제·저장설비에 투자하는 마스터합자회사(MLP·Master Limited Partnership)에 대한 투자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단장은 “연내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단장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작년 말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국내시장의 전망이 밝아 보인다”며 “코스피지수가 1900~2050 사이에 갇혀 있는 박스권 장세가 올 하반기엔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사학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총 2조9000억원(25.4%) 규모로 전체 자산(11조3500억원)에서 국내 채권(52.3%)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외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도 나쁘지 않지만 선진국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분산 매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학연금은 올해 1~2월 주요 선진국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했을 때도 1400억원 안팎을 추가 투자했다.

박 단장은 채권시장에 대해서도 “연초까지만 해도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금리가 빨리 올라갈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하반기가 되면 해외 채권시장에서도 투자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단장의 취임 첫해(2013년) 성적표(수익률)는 3.94%. 목표 수익률(5.30%)에 못 미쳤지만 조급해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고 직원들은 귀띔했다.

도병원 사학연금 투자전략팀장은 “내부 출신이 CIO가 되면서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다”며 “사기와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좌동욱/황정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