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권오준 포스코, 도전DNA를 살려라
1988년 4월 정부는 포스코(포철)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보유지분을 국민주란 이름으로 일반인들에게 팔았다. 경영 상태가 양호한 공기업을 국민기업으로 키우고, 성장을 통해 얻은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에 따른 것이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우량기업인 포스코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창구 앞에서 기다렸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포스코는 분명히 국민기업이다. ‘조국 근대화’와 ‘제철보국’의 신념으로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이 일궈낸 포스코 성공 신화도 따져보면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영업이익은 7조1739억원에서 2조9960억원으로 58.1%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도 17.2%에서 4.8%로 크게 낮아졌다. 주가와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지난 3월14일 권오준 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권 회장은 ‘POSCO the Great(위대한 포스코)’의 재창조를 선언하고, ‘혁신 포스코 1.0’ 실천을 위한 네 가지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첫째, 기술기반의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본업인 철강사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성장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여러 신사업들을 전면 재평가하고,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를 메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정했다. 셋째,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당분간 양적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질적 투자 위주로 성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넷째, 조직과 제도, 프로세스, 기업문화 등 경영 인프라를 쇄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권 회장이 비전으로 제시한 ‘위대한 포스코’는 그동안 포스코 가족(패밀리)을 위한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과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초기의 ‘조국 근대화’와 ‘제철보국’이란 기업 이념과 도전정신을 다시 살린다는 것이다. ‘혁신 포스코 1.0’ 실천을 위한 네 가지 프로그램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본업인 철강사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포스코가 본업인 철강사업을 등한시하고 계열사 확장에 주력함으로써 오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권 회장의 혁신 프로그램은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혁신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포스코 패밀리의 조직적인 반발을 지적할 수 있다. 권 회장의 과감한 조직 장악과 속도 경영이 필요한 까닭이다. 둘째, 포스코 조직문화의 혁신이다. ‘위대한 포스코’ 비전을 조직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인사와 제도상의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사업 구조조정과 재무개선을 주축으로 하는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다 보면 미래 성장 전략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성장동력산업을 끊임없이 발굴하면서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자세가 요망된다. 넷째, 기술 개발에 주력하다 마케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기술에서는 이기고, 사업에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우수한 기술개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빼앗긴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권 회장이 제시한 기업 이념과 혁신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범한 지 한 달, 포스코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지고 있다.

곽재원 < 한양대 기술경영 대학원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