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들이 소송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검찰 소환이 잦아지고 부실감사로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상호저축은행 감사를 맡은 회계사들이 회계 부실을 눈감아줬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금품수수나 사전공모 없이 부실감사만을 이유로 회계사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사상 책임도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상장폐지된 기업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다며 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으로 하여금 투자자들에게 14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회계조작이나 부정은 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하는 악성 범죄다. 회계법인이나 회계사에 높은 전문성과 책임 의식이 요구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분식회계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과 회계부정이 발견됐을 경우 회계사가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회계사의 역할은 기업이 회계준칙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전부다. 아무런 권한도 적절한 수단도 없이 기업의 비리나 부정, 심지어 사기행각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권한 없는 일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회계감사 절차를 소흘히 한 것이라면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회계와 관련됐다고 해서 모든 범죄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원님재판에 불과하다. “검사처럼 범죄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회계사를 처벌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모들이 저지른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여파도 개운치는 않다. 사형시키라는 여론이 들끓는다. 아동학대의 잔혹성을 생각하면 이해하고도 남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실여부를 따져 처벌하는 것은 법정이다. 형벌은 법정이 발견한 진실에 상응할 것이다. 대중이 알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전부 아닌가 말이다. 일부 언론이 여론을 빙자해 이들을 극형에 처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보기에 딱하다. 여론은 실로 인민재판적 분위기다. 전문가도 아마추어도 모두 여론에 부유하는 그런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