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 10~11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화두는 통화정책의 국제 공조 방안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신흥국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금융완화 종료)’이 신흥국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선진국은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때 신흥국에 미칠 파급효과(spillover)뿐 아니라 ‘역파급효과(spillbacks)’까지 고려해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도 이를 수용했다. 자칫 신흥국의 금융 혼란이 부메랑이 돼 선진국의 경제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20는 코뮈니케(공동선언문)에서 “각국 통화정책의 총제적 영향을 평가해 거시정책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변경 신중해야”

[G20 재무장관·중앙銀총재 회의] G20 "신흥국 불안땐 선진국도 타격"…통화정책 국제공조 강화
IMF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도 별도로 낸 코뮈니케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조정돼야 하고 명확하게 소통돼야 한다”며 “회원국 간 공조를 통해 파급효과와 역파급효과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금융완화 기조에서 금융긴축으로 급격히 선회하지 않기로 ‘구두약속’을 한 셈이다. IMFC는 구체적으로 “Fed의 양적완화 축소는 지속하는 게 적절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낮은 인플레가 지속되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뮈니케 발표 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추가 양적완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그동안 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신흥국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을 우려해 Fed에는 지속적인 초저금리 정책을, ECB에는 추가 양적완화를 강하게 권고해왔다.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 신흥국 정책당국자들은 “Fed가 금리를 올리면 국제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대거 이탈해 신흥국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국제 공조를 요구해왔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신흥국의 이런 우려를 고려해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선진국들이 일단 IMF의 권고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성장 위해 과감한 조치 필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코뮈니케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대한 글로벌 위험요인과 취약성에 직면해 있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G20가 지목한 위험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Fed의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G20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G20는 또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회의에서 마련한 G20 성장전략 목표인 ‘향후 5년간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2% 제고’ 달성을 위해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투자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핵심 동력인 만큼 인프라 투자와 같은 질 높은 공공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G20는 아울러 신흥국의 발언권을 확대하는 IMF 개혁안을 미국 의회가 최대한 빨리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DC=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