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 선택권 외면하는 금융당국
아주·KB캐피탈 등 6개 캐피털회사 대표들이 지난 10일 여신금융협회를 항의 방문했다. 웬만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캐피털업계에서 이처럼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건 ‘카드복합할부상품’ 규제 방침에 반발해서다.

카드복합상품은 신용카드사와 연계해 차량 구매자에게 싼 할부대출을 해 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다. 중소형 캐피털사들이 2010년부터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차량 구매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한 대금을 캐피털사가 카드회사에 대신 갚아주고, 소비자는 캐피털사로 돈을 상환해 나가는 구조다. 카드사는 차량 판매회사에서 받는 결제수수료 1.9% 중 1.5%를 ‘제휴수수료’ 명목으로 캐피털사에 되돌려 준다. 반환받은 이 수수료를 활용해 캐피털사들은 기존 할부상품보다 대출금리를 연 1% 안팎 낮출 수 있게 된다.

싼 대출금리 덕분에 차량 구매자는 이자비용을 150만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카드사들도 매출 확대는 물론이고 우량 고객을 만드는 새 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5개 주요 캐피털사에서만 11만1000명이 이 상품을 이용해 2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간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 캐피털사 관계자들에게 카드복합상품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캐피털사가 카드사로 주는 1.9%의 수수료가 과도하고, 카드사가 캐피털사로 돌려주는 제휴 수수료(1.5%)의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캐피털업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저금리 할부이벤트를 통해 지금도 자동차 판매사들은 카드수수료보다 더 많은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휴수수료를 받을 근거가 없다는 금융당국의 판단 역시 2010년 상품 승인 당시 스스로 내린 결정과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방적인 통보보다는 설득을 앞세우는 게 순서다. 만약 그런 정책 지향의 변화가 없었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규제’라는 업계 주장에 좀 더 귀를 열어야 한다.

이지훈 금융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