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을 내건 박근혜 정부가 정작 대외 경제정책의 핵심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선 통일 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 외교위원회 소속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11개 FTA협정문에서 통일 이후를 대비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유보·예외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통일 이후 북한 경제를 재건하고 삶을 질을 높이려면 북한에 차별적 혜택을 주는 정책이 불가피한데 이는 FTA의 각종 규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내국민대우' 조항이 문제 될 가능성이 크다. 내국민대우란 한 국가가 다른 나라 국민을 자국민과 동일하게 차별 없이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북한 주민 우대정책이 ISD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외국인 투자에 대해 공정한 대우를 규정한 '최소대우기준'이나 투자 인가의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영업상 의무를 부담케 하는 '이행요건' 조항 등도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수 성향의 대한변호사협회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 단체는 2012년 7월 법무부에 제출한 '한미 FTA ISD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이 내국민대우, 최소대우기준, 이행요건 등의 위반으로 상대국 투자자의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 같은 사안은 국제관습법에 따라 '사정의 근본적인 변경'을 주장해 볼 여지가 있으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ISD 관련 사항은 별도 부속서에 '통일 후 1년 내 재논의', '통일 후 북한 관련 정부 조치는 예외' 등의 조항을 넣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확히 예상하기 어려운 통일 이후 문제를 FTA에서 관철하려고 한다면 협상 자체가 꼬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실무 차원에서 한번 검토해 볼만한 사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대북 교역·투자액이 가장 많고 북한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인 중국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론을 주창한 상황에서 한미 FTA ISD 수정 불가 방침의 토대가 된 최근 연구용역에서조차 통일 이후 ISD 적용 문제가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며 "통일 이후까지 고려해 FTA 협상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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