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험정신 잃어버린 工大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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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들어봐야 창의 나오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과분한 현실
대학에 공학실험단지를 만들어야"
이건우 < 서울대 공과대학장 kunwoo@snu.ac.kr >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과분한 현실
대학에 공학실험단지를 만들어야"
이건우 < 서울대 공과대학장 kunwoo@snu.ac.kr >
지난해 개봉한 샌드라 불럭,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극한의 우주 조난 상황을 다룬다. 앞서 ‘아폴로13호’는 1970년 우주비행 도중 산소탱크 폭발로 인한 절망적 위기를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귀환한 아폴로 13호의 실화를 재현했다. 며칠간 냉동 상태에 있던 사령선을 전류 20암페어만으로 재가동시키는 임무를 맡은 켄은 필사적으로 작업에 매달려 마침내 해결책을 찾는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저자 피터 언더우드는 답을 찾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답은 과거 누군가가 풀어놓은 것을 잘 암기하면 찾을 수 있지만 이것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시대의 교육이다. 새로운 시대의 핵심은 암기가 아닌 창의력에 있다.
우주 조난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날 개인이나 사회가 당면한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퍼스트 무버들은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인재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매뉴얼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공학자들의 좋은 본보기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등은 모두 대학생 시절 창고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고 하면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최근 서울대를 방문한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창업 준비에 대학교육이 필요한가’란 한 학생의 질문에 “창업을 위해 대학은 필요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학교육은 창업의 큰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
핀란드 알토대 캠퍼스에는 허름한 큰 창고를 개조한 건물이 있다. 정부와 알토대로부터 매년 100만유로(약 14억6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스타트업 사우나’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예비 창업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도 하고 멘토링도 받으며 하루 24시간 창업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함께 있는 ‘디자인팩토리’는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스탠퍼드대의 ‘프로덕트 디자인 프로그램(PDP)’은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과정이 필수다. 학생들은 특정한 기능의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를 위한 독립된 공간에서 학생들은 무엇이든 만들고 실험해 볼 수 있다.
한국 대학도 이제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실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학부교육과정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그나마 비교적 여건이 되는 대학원에서도 여전히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교육이 대부분이다. 대학들이 논문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험 정신을 잃어버려서다. 또 학생들이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실습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실습실에서 손끝으로 만들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창업열기 형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과대학의 열악한 인프라다. 손끝을 자극하는 실험 중심의 교과과정을 만들어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없다. 이래서는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 엔지니어가 나오기 어렵다.
대학에 창의적 활동을 뒷받침할 공학실험 복합단지를 만들자. 전국적으로 특화된 복합단지를 묶어 허브를 만들자. 창의적인 엔지니어를 꿈꾼다면 누구나 신청해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도록 하자. 꼭 대학생일 필요는 없다.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도 열정이 있으면 사용할 수 있게 하자.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국가적으로 이런 지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하자. 기업들도 벽돌처럼 똑같은 대답을 하는 창의성이 부족한 신입사원을 탓하지 말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 적극 투자하자.
이건우 < 서울대 공과대학장 kunwoo@snu.ac.kr >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저자 피터 언더우드는 답을 찾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답은 과거 누군가가 풀어놓은 것을 잘 암기하면 찾을 수 있지만 이것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시대의 교육이다. 새로운 시대의 핵심은 암기가 아닌 창의력에 있다.
우주 조난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날 개인이나 사회가 당면한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퍼스트 무버들은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인재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매뉴얼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공학자들의 좋은 본보기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세르게이 브린 등은 모두 대학생 시절 창고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고 하면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최근 서울대를 방문한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창업 준비에 대학교육이 필요한가’란 한 학생의 질문에 “창업을 위해 대학은 필요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학교육은 창업의 큰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
핀란드 알토대 캠퍼스에는 허름한 큰 창고를 개조한 건물이 있다. 정부와 알토대로부터 매년 100만유로(약 14억6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스타트업 사우나’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예비 창업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도 하고 멘토링도 받으며 하루 24시간 창업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함께 있는 ‘디자인팩토리’는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스탠퍼드대의 ‘프로덕트 디자인 프로그램(PDP)’은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과정이 필수다. 학생들은 특정한 기능의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를 위한 독립된 공간에서 학생들은 무엇이든 만들고 실험해 볼 수 있다.
한국 대학도 이제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실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학부교육과정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 그나마 비교적 여건이 되는 대학원에서도 여전히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교육이 대부분이다. 대학들이 논문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험 정신을 잃어버려서다. 또 학생들이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실습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된 실습실에서 손끝으로 만들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창업열기 형성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과대학의 열악한 인프라다. 손끝을 자극하는 실험 중심의 교과과정을 만들어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없다. 이래서는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 엔지니어가 나오기 어렵다.
대학에 창의적 활동을 뒷받침할 공학실험 복합단지를 만들자. 전국적으로 특화된 복합단지를 묶어 허브를 만들자. 창의적인 엔지니어를 꿈꾼다면 누구나 신청해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도록 하자. 꼭 대학생일 필요는 없다.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도 열정이 있으면 사용할 수 있게 하자.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국가적으로 이런 지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하자. 기업들도 벽돌처럼 똑같은 대답을 하는 창의성이 부족한 신입사원을 탓하지 말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 적극 투자하자.
이건우 < 서울대 공과대학장 kunwoo@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