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떠나는 글로벌 기업…'캥거루 경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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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부담·인건비 상승에 필립모리스·BP 공장 폐쇄…GM·도요타 車 생산 중단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원자재 수출 타격…실업률 11년 만에 최고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원자재 수출 타격…실업률 11년 만에 최고

○떠나는 다국적 제조업체들

필립모리스도 60년 넘게 운영해온 멜버른 공장을 올해 안에 닫는다. 최근 호주 정부가 담배 생산과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장가동률이 50%에 그칠 정도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도 빅토리아주 포트멜버른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3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 160여년간 호주 제조업의 주축이었던 자동차산업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도요타 등이 작년부터 호주 자동차공장에서의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호주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부담,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 과열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호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96호주달러(약 1만5478원)로 한국(4860원)의 3배가 넘는다. 존 필리모어 존커틴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호주 제조업이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며 “신흥국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호주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하고 감원에 나서면서 고용 상황도 좋지 않다. 호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 2월 실업률은 각각 6%로, 2003년 7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중국 덕분에 누리던 호황도 끝
중국의 경기 둔화도 호주 경제에 부정적이다. 중국의 지난 1, 2월 광공업 생산 평균치는 전년 동기에 비해 8.6% 증가했다. 2009년 8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호주는 자동차, 철도, 건설 등에 사용되는 철광석부터 발전소용 석탄, 금까지 대부분의 원자재를 중국으로 수출해왔다. FT는 “호주가 20년 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덕분이었다”며 “호주는 신흥국은 아니지만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 등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중국 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신흥국 성장률이 0.7%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