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알뜰주유소에서 결국 발을 뺄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동구매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현 시스템을 개편, 알뜰주유소를 별도 법인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주)알뜰주유소(가칭)를 올 상반기 중 설립, 여기서 석유공사와 농협을 대신해 기름을 구매하고 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민간기업이 될지, 공기업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정부가 알뜰주유소에서 손을 떼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알뜰주유소가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기름값이 별로 싸지도 않은 데다 가짜 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되는 등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왔던 터다. 물론 정유업계도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이 석유유통시장을 왜곡해 정상적인 경쟁을 제한한다며 줄곧 반발해왔다. 유가안정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200억원에 가까운 세금까지 쏟아부어가며 특정 사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상거래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행위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규제완화 바람도 알뜰주유소 정책 전환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잡겠다며 만들어진 알뜰주유소는 3년 만에 대폭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돌아보면 알뜰주유소는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말과 “정유사 원가를 조사하겠다”는 회계사 출신 전 장관의 무리수에서 시작한 시장가격 때려잡기 소동의 결과였다. 기름값은 주유소 간 경쟁이나 위치, 부대 서비스 등에 의해 자연스레 결정되는 것임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가 특정 제품의 시장점유율이나 가격에 직접 개입하면 그 시장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유소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심판을 봐야 할 정부가 선수로 뛰는 경기가 어떻게 공정할 수 있겠는가.

단 1%의 마켓셰어와 몇십원의 가격에 목숨 거는 곳이 시장이다. 정부의 섣부른 간섭은 해당 산업 전체의 시장질서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소비자까지 골탕 먹게 만든다. 규제완화가 대세다. 알뜰주유소처럼 자유 경쟁을 막는 정부 개입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없어져야 할 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