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1년 9월까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식 거래는 하루 두 차례만 이뤄졌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거래소 직원이 강단에 서서 주식 종목을 차례로 불렀다. 투자자들은 관심 있는 종목 이름이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고 싶은 물량과 가격을 큰 소리로 외쳐야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거래하기에는 주식 종목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하루 종일 여러 종목을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연속 트레이딩’ 시스템이었다. 객장에서 특정 주식 거래를 주선하는 브로커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팔자 주문과 사자 주문 사이에 가격을 조정해 원활한 거래 체결을 돕는 이 사람들을 현재는 ‘객장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른다.

143년 전 증권 거래의 혁신으로 탄생한 객장 스페셜리스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한 전자매매라는 또 다른 혁신에 밀려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NYSE 객장에서 운영하던 ‘시장조성(market maker)’ 사업을 팔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V 화면에서 흔히 보던 NYSE 객장의 골드만삭스 부스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000년 당시 NYSE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객장 스페셜리스트업체 스페어리즈앤드켈로그를 65억달러에 인수했다. 골드만삭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주식 거래는 객장 매매 중심에서 전자 매매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배츠글로벌마켓 등 전자 증권거래소에 시장을 빼앗기면서 NYSE의 주식거래 점유율은 10여년 전 70%에서 현재 12%로 줄었다.

객장 매매사업 수익이 줄자 은행들은 빠르게 사업을 처분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11년 초단타매매 업체 겟코에 시장조성 사업을 팔았다. 골드만삭스는 14년 전 인수가 65억달러의 0.5%에 불과한 3000만달러에 사업을 내놨다. 네덜란드 초단타매매 업체 IMC파이낸셜마켓이 인수 업체로 거론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