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Her Story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이란 여성 화가가 나란히 전시회를 연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월13일까지 대규모 회고전을 여는 쉬린 네샤트와 서울 안국동 PKM갤러리에서 5월9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탈라 마다니가 주인공이다.

두 작가는 모두 이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서구에서 활동하며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전통을 대하는 태도와 작품에 대한 관점은 판이하다.

흑백 사진 위에 이슬람 문자와 전통 문양을 그려 넣은 작품으로 유명한 네샤트는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비디오 영상 ‘소란’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남자 없는 여자들’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보수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온 고국의 착잡한 정치적 현실을 비판하고 그 속에서 희생된 여성의 삶에 주목해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무력감, 상실감, 희생,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그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네샤트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이란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지니지만 그는 이를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흑백 사진 ‘유기적 관계’에서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은 종교적 제약에 갇힌 회교 사회의 여인을, 그의 팔에 안긴 알몸의 아이는 사회적 코드를 익히지 못한 순수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회교 사회의 경계를 넘어 모든 인간에게 두루 적용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02)3701-9500.

네샤트가 주로 주제를 통해 회교 전통을 반영하는 데 비해 마다니는 서구 현대사회의 문제에 보다 관심을 보인다. 영국의 비디오 영상 작가인 나다니엘 멜로스와 함께 2인전을 열고 있는 그는 최근 미국 미술계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작가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감각적이고 서사적인 회화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억압적 규범과 관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여자아이의 알몸을 들여다보거나 중년 남자들을 그린 ‘영사기로 비춘 3D 성기’, 기저귀를 찬 채 기어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들여다보는 ‘인사이드 프로젝션’에는 비판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중년 남성에 대한 연민이 스며 있다.

그렇다고 마다니가 자신의 문화적 전통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는 회교 미술의 형식적 측면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 검은 바탕에 대한 선호, 원근법과 명암법에 대한 거부감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그는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회교 미술의 특성에 익숙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02)734-9467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