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불황의 그림자 '제로 금리'
언제부터인가 제로금리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제로금리는 기본적으로 불황의 산물입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금리를 0% 수준으로 묶는 것을 제로금리정책(ZIRP·Zero Interest Rate Policy)이라 부릅니다.

원조는 짐작하시는 대로 일본입니다. 1980년대의 버블이 터진 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1999년 제로금리정책을 공식선언합니다. 당시 야마이치증권 파산 등으로 걷잡을 수 없게 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바통은 미국이 이어받았습니다. 2008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목표범위를 0~0.25%로 인하했습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였지요. 이어 작년 5월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5%로 내리며 제로금리 경쟁에 합류했습니다.

제로금리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입니다. 금리조절의 여지를 없애 금융정책수단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회자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도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일환입니다. 금리로 통화를 조절할 수 없어 중앙은행 발권력에 기대는 것이지요.

그럼 제로금리는 만병통치약일까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였지만 여전히 불황 탈출이 멀어 보입니다. 미국은 회복세지만 돈을 풀어 경제를 돌리는 방식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미국만 좋아지고 다른 나라들은 손해를 봤다는 주장입니다. 제로금리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미국의 빚 부담이 경감됐다는 것이지요. 자신들의 경제와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전형적인 뒤통수 치기라는 비판입니다.

한국의 제로금리는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이자가 제로와 진배없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여기에도 함의는 많습니다. 특히 제로금리는 부를 재분배합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자소득이 없어지는 은퇴자 등 노령층입니다. 돈 가치의 하락은 월급이 전부인 서민층도 코너로 밀어붙입니다. ‘베터라이프’에서 제로금리 시대의 대응 요령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